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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외계인 Apr 19. 2024

리옹, 프랑스 10일 살기 - 프롤로그

가끔 디지털노마드, ft. 기차에서 일하기 20230713


작년, 두 번의 리모트 워크를 계획했었으나 무산되고 (그냥 휴가 내고 여행 ㅎㅎ). 


다시 올해, 날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해 어디로 갈까 하다가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에게 연락을 받았다. 베를린 첫 직장에서 3년 가까이 함께 일했던 프랑스 웹 기획자 친구. 회사를 나보다 먼저 그만두고 프랑스로 돌아간 친구는 현재 리옹이라는 도시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7월 중 약 10일 정도 휴가를 계획 중인데, 내가 원하면 본인 집에서 그동안 머물러도 좋다며- 사실 리옹이라는 도시는 이름만 들어봤을 뿐, 한 번도 여행이나 리모트 워크를 할 도시로 고려해 본 적은 없는데, 너무 좋은 제안이라 놓치기 어려웠다.


늘 Why not!이 신조인 나는 그래 가보자! 하는 생각에 친구와 날짜를 맞추고, 베를린에서 리옹까지 어찌 갈까 루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직항이 없고, 리옹 공항이 시내에서 가깝지가 않아 고민하던 중, 친구가 본인은 항상 기차를 탄다고... 기차를 검색해 보니 역시 한 번에 가는 것은 없고, 중간에 독일 ICE에서 프랑스 TGV로 갈아타서 가야 하는 루트였다. 환승시간 포함하여 거의 11시간의 대장정!


기차로 11시간이라, 어찌 보면 무모하다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이것이 최적이 루트였고- 그럴 바에 평일에 가서 기차에서 일이나 하자- 싶었다.


기차를 예매하고, 친구와 날짜를 조율하고, 친구가 로컬 맛집 등도 추천해 주고- 그렇다 드문드문 리옹살이를 준비하며 점점 리옹으로 갈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리옹이라는 도시는 이름만 들어봤을 뿐, 나에게 그다지 정보가 많은 도시는 아니었다. 그러나, 사실 리옹은 프랑스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며, 무엇보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Food Capital'이라고 불릴 만큼 미식의 도시로 정평이 나있는 곳이었다.


주중 대부분은 일을 하겠지만,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내 저녁 시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고- 뮌헨에 사는 친구가 주말에 합세하기로 해서 주말 동안만큼은 관광객 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차에서 11시간, 일하기


사실 기차에서 일하는 것은 좀 리스크가 있다. 기차와 노선에 따라 와이파이 스피드가 복불복이기 때문에...

특히 이번 독일 기차에서는 와이파이가 아예 터지지 않았고, 프랑스 기차는 의외로 저화질 영상을 어느 정도 재생할 수 있을 만큼 와이파이가 잘 터졌다.


다행히 이번 달 모바일 인터넷이 충분해서 기차에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가 있었다.


프랑스 TGV에서 일하기



독일 기차에는 조용한 칸과 일반칸 중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어차피 영상통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와이파이 퀄리티가 좋지 않기에, 미리 팀에게 양해를 구해 그날 미팅을 모두 다른 요일로 옮겼고, 조용히 일에 집중하기 위해 조용한 칸에 좌석을 예약했는데-


웬걸... 독일 어르신(!) 무리 네 분이 내 좌석 주변에 자리를 잡으시더니 끊임없이 드시고, 수다를... 기차에서 파티 벌이시는 줄 ㅎㅎ 

너무 어르신들이라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나마 이어폰으로 음악 들으며 그럭저럭 집중해서 일할 수 있었다.



독일 ICE에서 일하기


중간에 프랑크푸르트에 정차하여 간단히 점심을 먹고, TGV부터는 뮌헨에서 온 친구와 같은 기차를 타서 함께 일하며 비교적 덜 심심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건, TGV를 탈 때 내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이미 누가 앉아있는 것. 내가 조심히 여기 내 자리라고 하자, 본인이 일을 해야 하는데 나와 본인 자리를 바꿔줄 수 있겠냐고 묻는 것. 참고로 이 분은 내 옆자리였고, 복도 쪽 자리는 테이블이 없었다.

하지만 나 역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렵겠다고 말을 하자, 내 맞은 자리를 확인하더니 그 주인이 탈 때까지 그 자리에서라도 일을 해야겠다고 왠지 조금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그럼 테이블 자리를 예약을 하시던가요...)


다음 기차역에서 바로 원래 주인이 탔고, 그 주인은 아이와 함께 동승한 임산부였다. 다시금 그 자리 주인에게 본인과 자리를 바꿔줄 수 있겠냐고 묻자, 그 임산부분은 본인은 아이와 나란히 앉기를 원한다며 거절- 결국 이 여자는 혼자 약간 씩씩(?) 대더니 갑자기 본인 캐리어를 끌고 와서 거기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책상 대용으로 사용하기 시작. 그 덕에 내 자리도 답답해지고, 무엇보다 그 임산부분이 다리를 조금도 뻗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뮌헨에서 합류한 친구는 나보다 2 정거장 뒤에 타게 되어있었는데, 내가 보다 못해 친구에게 문자로 '혹시 네 자리 테이블 있으면 문자 바람'이라고 했는데- 다행히(!) 친구 자리에는 테이블이 있었고, 나도 친구와 함께 타면 좋으니 그 책상 seeker에게 내 친구와 자리를 바꾸면 어떻게냐고 제안! 그 여자는 좋다고 내 친구 자리로 옮겼고, 나도 덕분에 친구와 함께 갈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 임산부분이 너무 고맙다며 ㅎㅎ


옆에서 일하는 걸 보니 꼭 책상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았는데 (아마 터치패드에 익숙한 분이 아닌듯하다), 참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싶었다. 부탁하였을 때 부탁을 들어주면 호의에 감사하면 되고, 부탁했을 때 거절을 한다면 어디까지나 부탁을 거절 한 것이니 그것에 대해 서운해하거나 화를 내면 안되는데, 아무튼 그 여자분 좀 과하달까? 자기중심적이랄까? ㅎㅎ





무튼 대장정이 끝- 무사히 리옹에 도착했고,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친구 집으로 이동!


여름, 리옹 첫인상! 덥다.

리옹 지하철 첫인상! 덥다. 덥다. ㅎㅎ




친구는 이미 휴가를 떠난 상태라 미리 약속되어 있던 이웃에게 키를 전달받고 집으로 입성!

집에 너무 아기자기하고 위치도 좋고! 

무엇보다 친구의 다정한 메시지를 나를 반겨주어 환영받는 느낌에 마음이 따듯해졌다.






첫날은 거의 기차에서 일하고, 거의 해질 때쯤 (10시 언저리)에 도착하여 그 상태로 씻고, 짐 정리하고 기절-

내일은 아침 일찍 필요한 물건들도 사고, 오전에 일하고, 친구와 만나 점심 먹고 그 후 쭉 밤늦게까지 놀 계획이라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드디어 시작, 10일간 리옹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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