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디지털노마드, ft.부숑맛집, 바스티유데이 불꽃놀이 20230714
상쾌하게 맞이한 리옹에서의 첫 번째 아침. 날이 무지 좋다. 오후가 되면 엄청 더워질 테지만, 아침에는 제법 공기가 선선했다. 리옹에서의 10일은 완전한 휴가가 아닌 일 하고 여행도 하는 노마드 모드!
어차피 우리 회사는 flexible working hour를 지향하고 있는지라, 알아서 일 시작 시간과 끝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있는 동료들의 경우 7시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하여 보통 3시쯤 애들 하교 시키러 사라진다, 그리고 저녁때쯤 랜덤 한 시간에 돌아와 그날 남은 일이 있으면 마무리하고 그런 식. 나의 경우도 보통 회의가 많은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일을 조금 더 하고, 금요일은 보통 4시 이전이면 업무를 종료한다.
특히 우리 회사는 아시아에도 팀 멤버들이 있어서, 보통 중요한 회의들은 베를린 시간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 사이에 대부분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오후 시간은 대부분 자유롭게 조절이 가능하다.
미리 팀에게 프랑스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양해와 협조를 구하고, 나는 오전 일찍 일을 시작하고 오후 3-4시쯤 마무리를 하는 것으로 일정을 공유했다. 물론 리옹 (친구) 집으로 돌아와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으면 저녁 시간이 1-2시간 정도 일을 할 예정이다. 어쨌든 내 할 일만 하고, 필요한 회의에 참여만 하면 사실 내가 주 40시간을 일하든 주 30시간을 일하든, 우리 매니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ㅎㅎ
무튼 일 시작 전, 동네도 익힐 겸 장도 볼 겸 집을 나섰다. 친구 집은 조용한 거주 지역으로 리옹에서도 꽤 안전하면서도 시내와 가깝고 붐비지 않는 동네에 속한다.
마트 가는 길에 있는 천주교 성당. 동네 한가운데 있는 성당인데도 제법 크고 건물이 아름답다. (첫날 이후에도 저 길을 지나가는 일이 많아 거의 매일 만나고 있는 ㅎㅎ)
친구 집 근처에 있는 마트 U Express, 아주 큰 마트는 아니지만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는. 이곳에 당분간 필요한 생필품과 아침에 먹을 간단한 장을 보기로-
역시 프랑스답게 한쪽 벽면이 전부다 치즈. 로컬 치즈부터 가공된 치즈 제품까지 한 벽면에 종류도 다 알지 못할 법한 치즈가 가득하다. (언제 다 먹어보지 ㅎㅎ)
그리고 생뚱맞게 등장한 한국 라멘. 한국 음식 스타일이라고 적혀있는데, 라멘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사진으로 보이는 라면 스타일도 일본식인데. 뭐지 ㅎㅎ
장을 보고 중간에 베이커리에 들러 바게트도 사고 (베이커리 사진을 못 찍었네) 집으로 일하기 위해 돌아가는 길. 날씨가 너무 좋다 = 너무 덥다. 날이 좋으니 기분은 좋은데 아침인데도 더워지기 시작해서 그늘 아래 길을 골라 천천히 걸어갔다.
가벼운 아침 동네 산책 겸 장 보기를 마치고, 짐 정리-
장에서 구입한 물품의 일부들. 바게트도 샀는데 사진이 없네;; 크루아상이 맛있어 보이길래 크루아상과 과일, 치즈들, 그리고 나의 비상식량 인스턴트 라면 ㅎㅎ (이미 베를린에서 먹어본 브랜드라 아는 맛.) 등등. 샤워젤이 필요해서 하나 급하게 샀는데, 잘 모르는 브랜드지만- 그냥 패키지가 예쁘고 BIO라길래 구입.
사실 프랑스에서 파는 과자나, 초콜릿, 대부분의 가공된 식품이나 제품들은 독일에서도 제법 마트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서 웬만하면 로컬 마켓이나 지역 상품들을 구입해서 도전해 보려고 한다. 첫째 날은 로컬 마켓까지 갈 시간이 안되고, 너무 이른 시간이라 일단 동네 마트에서 장보기 끝!
나의 리옹에서의 첫 아침식사. (사진에는 없지만) 오렌지 주스 한 잔과, 갓 구운 바게트에 치즈, 그리고 나름 리옹의 명물이라 친구가 꼭 먹어보라고 추천했던 Praline. 리옹 어느 베이커리를 가든 쉽게 볼 수 있는 빨갛고 달달한 빵이다.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가볍게 먹기에 좋아, 식사 대용이라기보다는 약간 디저트 빵 같은 느낌. 한번은 먹어봄직하지만,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ㅎㅎ 하지만 프랑스, 정말 길바닥에서 빵을 사도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나라. 너무나 플레인 한 바게트가 이리도 고소하고 맛있을 수가.
아침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업무 시작! 디자이너로서 업무를 노트북 모니터로만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최근 구입한 포터블 스크린. 그냥 C 케이블 연결만 하면 바로 별도 전원 없이 커지고, 나름 중국 브랜드인데도 품질이 나쁘지 않아 서브 스크린으로 나쁘지 않다. 친구 집에 큰 업무용 책상도 있고, 와이파이도 안정적이라 정말 집에서 일하는 것 같은 편안한 환경에서 근무가 가능했다.
친구 집 곳곳 식물이 가득하다. 이 많은 식물들을 어찌 이리다 잘 관리를 했는지! 무엇보다 아보카도 나무가 이렇게까지 자랄 수 있다니 놀랍다 ㅎㅎ 덕분에 일하는 내내 카페 와서 일하는 것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금요일이라 회의도 별로 없었고, 급한 업무를 중심으로 후다닥 마무리하고, 점심시간! 1시부터 2시까지 점심시간으로 마크하고, 2시부터는 out of office로 마크를 하고 업무 종료! 금요일이 제일 좋다.
업무를 마치고, 리옹에 마침 나와 시간 맞춰서 휴가를 온 친구와 점심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으로 향하기 위해 리옹 번화가로 나왔다. 날씨가 너무 좋다! (그리고 리옹 지하철은 매우 덥다).
오랜 하지만 멋스러움을 간직한 리옹의 건물들.
리옹에서 가정식 부숑을 맛보기 위해 미리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부숑은 보통 스타터+메인+디저트가 함께 나오는 코스이고, 레스토랑에 따라 스타터+메인 혹은 메인+디저트의 옵션을 더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일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불태운 나는 정석적 코스 (스타터부터 디저트까지)를 선택했고, 친구는 메인과 디저트만 있는 코스를 선택. 스타터/메인/디저트 각각 3-4 정도의 선택권이 있었다.
나는 스타터로는 쉬림프로 만들어진 세비체, 메인으로는 생선으로 만들어진 수플레, 그리고 디저트로는 마차 크림과 딸기가 어우러진 달달한 아이를 선택했다.
역대급으로 맛있었는데 세비체! 베를린에서도 세비체가 너무 먹고 싶어서 레스토랑 서치해 봤었는데, 마음에 꼭 드는 곳을 찾지 못했었다. 쉬림프로 만들어진 세비체는 처음 먹어봤는데 소스도 그렇고 더운 날씨가 상큼하고 시원하게 너무 좋았던!
우리나라 어묵과 비슷하지만 식감은 전혀 달랐던 생선 수플레 그리고 곁들여진 랍스터 소스. 식감이 너무 부드럽고 맛있었지만 먹다 보니 나에게는 조금 짰다. 함께 나온 밥을 소스와 함께 먹으니 조합이 좋았다. 밥이 소스의 짭짤함을 조금은 중화시켜주는 듯.
마차 크림이 너무 맛있었던 디저트! 리옹에서의 첫 부숑 체험은 나쁘지 않았다. 나의 최애는 세비체! 계산을 하며 직원이 뭐가 제일 맛있었냐 하길래 세비체가 너무 좋았다고 하자 셰프 중 콜롬비아 출신이 있어서 메뉴에 추가했다고. ㅎㅎ
주말만 리옹에서 지내는 친구를 위해, 우리는 관광객 모드에 돌입했다. 그다지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저 주변에 보이는 데로 발길 닿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리옹은 번화가가 엄청 큰 도시는 아니라서 웬만한 곳은 도보 이동이 가능했다.
우연히 발견하게 들어간 영화&미니어처 박물관. 리뷰가 꽤 좋아 모험하는 셈 치고 들어갔는데 규모도 꽤 크고 꽤 실속 있었던! 영화의 소품이나 세트, 특수분장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미니어처들도 가득. 정말 정교한 미니어처들이 많았다.
인상 깊었던 박물관의 작은방. 한국 작화가 분이다. 아마도 돌아가신듯한데, 작은방 하나가 그분의 드로잉과 영상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배트맨과 조커가 있는 드로잉 그리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으로 보여줬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리옹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은 귀요미 친구들. 그리고 나중에 다른 포스트에서 더 사진을 올리겠지만, 리옹에는 정말 벽화가 많다.
좁은 골목길 끝에서 웅장하게 등장한 리옹 대성당! 유럽 성당들 하도 많이 가봐서 이제 감흥을 없을 때도 되었는데, 아직도 갈 때마다 아름다움과 정교함에 넋을 놓고 보게 된다.
내가 아침에 먹었던 Praline은 한 손에 꼭 들어오는 1인용 사이즈였는데, 번화가로 나오자 조금 더 크고 유명한 베이커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Praline 빵과 타르트를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친구나 나나 리옹에서의 유일한 목표는 제대로 된 프랑스식과 와인을 체험하는 것이었고, 이걸 제외하고는 딱히 이걸 해야겠다! 계획을 하고 온 게 아닌지라 그냥 도시를 걸으면 중간중간 구글 지도로 주변에 나름 유명한 곳들을 랜덤하게 돌아다녔다.
나에게 무엇보다 리옹이 최고의 도시 중 하나인 이유는, 바로 이곳은 어린 왕자의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태어난 도시이다. 그래서 도시 곳곳에 어린 왕자의 흔적들이 있다. 관련된 굿즈들도 많고.
사실 우리가 리옹을 즐긴 첫날은 프랑스의 기념을 준 하나인 바스티유 데이이다. 이날은 프랑스 전역에서 불꽃놀이를 하는데, 사실 최근에 프랑스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난 직후 인지라 우리는 불꽃놀이 보는 것을 거의 반포기하고 있었다.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수요일)까지 폭동이나 위험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사실 리옹은 베를린보다 안전한 듯 ㅎㅎ) 하지만 가게 곳곳에 아직 폭동의 흔적이 남아있음을 볼 수 있었다. 친구 피셜에 의하면 우리가 오기 1주일 전까지 전쟁터 같았었다고 한다...
집주인 친구에게 폭동 여파로 약간 걱정이 되어 불꽃놀이 보는 것을 거의 포기했다고 하자, 친구가 그럼 번화가로 가지 말고- 그래도 아쉬우니 멀리서라도 보라고 집 근처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곳을 몇 군데 추천해 주었다.
친구 집은 리옹에서도 지대가 높은 쪽에 위치를 하고 있어, 내리막이 시작되는 곳으로 가면 리옹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친구가 추천해 준 두 곳 중 조금 덜 붐비는 데에서 불꽃놀이를 보기로 했는데- 보기 너무 잘한 듯! 사실 서울에서 하는 불꽃놀이에 비하면 참으로 소박한 편이지만 (나중에 파리에 있는 친구가 에펠타워 앞에서 본 불꽃놀이 영상 보내준 거 보니 에펠타워에서 한 거는 진짜 화려하더라), 불꽃놀이 본 곳 사람들과 그날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조금 더 아늑하고 가족적인 분위기?
불꽃놀이영상 > https://blog.naver.com/theearthstranger/223160847144
불꽃놀이는 오후 10시 반부터 20분가량 진행됐다. 화려하진 않지만 오랜만에 보는 불꽃놀이라 그런지, 그리고 프랑스에서 불꽃놀이를 보는 흔치않은 경험에 오래간만에 마음이 설레었다.
아침 일찍부터 산책하고, 일하고, 관광하고, 밤늦게 불꽃놀이까지- 너무 피곤해서 불꽃놀이 끝나자마자 친구와 빠이빠이 학고 집으로 귀가. 다행히 불꽃놀이를 본 장소에서 친구 집까지는 걸어서 10분 미만 각!
리옹에서의 첫날은 반로컬 반관광객모드로 제법 알차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