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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외계인 Oct 03. 2024

리옹 10일 살기 - day 4 : 미식도시 파인다이닝

디지털노마드 모드, 미식의 도시에서 파인 다이닝 20230717


오늘부턴 본격 로컬 모드. 오전에 일하고 오후에 놀러 다니는 본격 디지털 노마드의 삶 시작.

주말 내내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었던 친구는 다시 독일로 돌아가고, 나는 활기찬 (!)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였다.


사실 우리 회사는 탄력 근무인데다가 다들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 살고 있어서 크게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미리 우리 팀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아침 일찍 시작해, 오후 3시쯔음 일을 마치는 일정을 계획했다.


눈을 뜨자마자 눈곱 떼고 집 근처 마트로 출발. 프랑스는 독일과 또 다른 마트 구경하는 맛이 있다. 가볍게 아침에 먹을 과일과 치즈, 주스 등을 골라 빠르게 컴백. 씻고, 하루를 준비하고 간단한 아침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차리고 보니 가볍지만은 않은 아침 식사 ㅎㅎ 내 사랑 부라타 치즈에 토마토, 그리고 독일에서는 먹기 힘든 (ㅠㅠ) 해산물!! 문어가 들어간 안티 파스토 쯤으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있어 함께 먹었다. 아- 꿀맛. 역시 음식은 프랑스.


월요일에는 스프린트 마무리하는 주가 아닌 이상 딱히 회의가 없어서, 밀린 잔무나 디자인 업무로 시간을 보냈다. 일할 때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은 국룰-




퇴근 후, 가볍게 산책길


서너시쯤 일을 마치고, 간단히 채비를 한 뒤 길을 나섰다. 친구 집부터 시내까지는 지하철 타면 정거장? 걸어도 그리 멀지 않아, 중간에 미리 봐둔 카페도 들를 겸 슬슬 걸어 내려가기로 했다. 오늘 가기로 한 카페 근처는 제법 아티스틱 한 곳이라 나름의 기대를 안고 출발!





친구네 집은 지대가 높은 곳에 있어서 내려가는 길은 경치도 좋고, 즐겁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아님 ㅋ


프랑스는 구석구석 숨은 (뭐라고 칭하는지 이름을 모르겠다) 귀여운 조형물이 많다. 때로는 슈퍼마리오도 있고, 귀여운 캐릭터도 있고, 해골도 있고 ㅎㅎ 그리고 리옹은 특히 구석구석 아름다운 벽화가 참 많다.






이 지역의 이름은 잘 모르겠으나 카페까지 가는 길에 아틀리에나 아트 스튜디오들이 즐비했다. 우리나라 입시 미술 학원처럼 보이는 스튜디오들도 있고- 신기.





그리고 이윽고 도착한 카페! 구글 평점이 엄청 높아서 큰 기대(!)를 가지고 갔으나- 실망. 주인아저씨는 엄청 친절하셨는데, 사실 커피 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ㅠㅠ 그래도 아저씨가 너무 친절하셔서 카페에 간 것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음 ㅎㅎ 예술 하시는 분이신지 여기저기 작업 전시도 되어있고, 카페 인테리어가 제법 특이했다.






카페에서 한숨 돌린 뒤, 본격 시내 탐방. 리옹은 월요일에는 거의 죽은 도시인듯하다. 문을 닫는 가게들도 꽤 많고, 오후 6시쯤 갔는데도 대부분 가게들일 문을 닫거나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제일 번화한 쇼핑 거리도 사람이 많지 않다. 나같이 슬렁슬렁 산책하며 둘러보는 대부분 관광객들. 주말에 엄청 번화하는데 반해 월요일은 약간 쉬어가는 느낌의 요일인 듯했다. 일요일에 칼같이 문 닫는 독일에 있다가 오랜만에 적응 안 됨 ㅋ









미식의 도시에서, 파인 다이닝 (강추!)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바로 미리 예약해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사실 어느 도시든 혼자 여행 가면 꼭 한 번씩은 파인 다이닝을 하는 편이다. 사실 혼자 파인 다이닝을 하기란 쉽지만은 않다. 기본으로 3코스만 나온다고 해도 와인 페어링까지 함께한다면 기본 2-3시간은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사실 혼자 파인 다이닝을 하는 경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신경을 쓰거나 뺏기지 않은 채, 온전히 맛을 음미할 수도 있는 것도 좋고- 웨이터나 셰프에게 설명을 들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도 즐겁기 때문이다.


무튼, 나는 당당히 오늘의 1번 손님으로 입장했다. 늦게 혼자 집에 가기 싫어서 제일 빠른 시간을 예약을 한 탓 ㅋ







겉모습은 꽤나 소박, 내부는 아주 고급 지다는 느낌은 아니었고, 소박하지만 코지 했던. 나중에 더 느낀 것이지만, 음식 분위기와도 인테리어가 잘 맞고, 셰프의 설명에서도 느껴졌지만 뭔가 격식 차리는 파인 다이닝보다는 좀 더 소박하고 정감 가는 그런 분위기였다.


무튼 분위기는 대만족.







오늘 와인 페어링 할 와인 아이들도 미리 나와있고 ㅎㅎ

무엇보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나의 자리! 처음에는 화장실 문 너무 바로 앞이라 좀 그랬는데 (화장실 바로 가는 문은 아니고 중간문이라 괜찮긴 했으나 그래도 사람들이 자주 왔다 갔다 해서 신경이 좀 쓰이긴 했음), 혼자 앉아서 다이닝 하기에는 최적의 테이블이 아니었나 싶다. 바로 오픈 키친이 바로 보이는 자리. 






다이닝 내내 셰프들이 바쁘게 준비하고, 요리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나중에 셰프에게 설명을 듣기로는 종종 혼자 예약을 하는 손님들이 있는데, 혼자 오는 손님들에 대한 배려 + 손님들도 선호하는 자리라며 ㅎㅎ 셰프의 의도가 어찌 되었던 직접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하는지 옆에서 그 누구보다 자세히 관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새로운 경험-



1번 손님의 특권인지 오너이자 셰프가 직접 서빙을 하며 설명을 해주었다. 



첫 번째 코스,

직접 눈앞에서 바로 훈제하여 서빙해주었던 훈제 필레, 그리고 부드러웠던 타르트, 완두 콩이 곁들여진 신선한 샐러드로 시작, 그리고 나중에 추가로 나온 입맛 돋우는 부드러운 스프까지.







두 번째 코스,

튀긴 개구리 다리, 달걀에 폭 담겨 나온 딥, 그리고 팬에 살짝 튀긴 버터 브리오슈. 함께 나온 와인은, Chasselas <Quintessence> 2019년산. 

개인적으로 개구리 다리, 너무 맛있었다. 작고 세 조각밖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을 정도-








페어링 나온 와인들을 기억하지 못할까 봐 한 장 찍었는데, 서버분 왈: 나중에 집에 갈 때 메뉴와 페어링 와인 적힌 리스트를 줄 거라며- 다 프랑스어로 적혀있지만, 구글 번역기가 도와줄 거라며 ㅎㅎ

그 후로는 그냥 온전히 즐기기만 했다. 풉-




세 번째 코스,

지역에서 만들었다는 부드러운 버터와 빵이 나오고, 그 후에 나온 훈제 가재. 바로 앞에서 스프를 훈제 가재에 부어주었는데, 버섯으로 만든 스프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었던 디쉬중 하나! 


그 후 바로 함께 파이크 알이 올려진 바삭한 비스킷.

함께 나온 페어링 주류는 놀랍게도 사케였다. 셰프 설명에 의하면 프랑스에서 만들어져 일본으로 역수출되는 유일한 사케라며. 맛이 꽤나 부드러웠다.








네 번째 코스,

너무나 부드러웠던 장어요리. 함께 나온 와인은 Mcon Loche <Cuvee du Clocher> 2020년산.






다섯 번째 코스,

오늘의 메인 디쉬인 당근과 야생화가 곁들여진 양고기구이, 그리고 허벅지 소시지와 안심 타르트렛. 함께 나온 와인은 Moulin a vent <Le Mont> 2020년산. 


사실 양고기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걱정을 했는데, 잡내 하나 나지 않고 너무 부드러웠던!









여섯 번째 코스,

이제 메인 코스는 끝나고 디저트 돌입. 첫 번째 디저트는 달달한 절인 무를 꽃 모양으로 예쁘게 빚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고추냉이 소스가 곁들여진 디쉬였다. 디저트, 특히 아시안 식당이 아닌 곳에서 향과 맛이 강한 고추냉이를 사용한 것이 독특하여 인상 깊었던 첫 번째 디저트. 


함께 페어링 된 와인은 VDF <Canuse> 2021년산.







일곱 번째 코스,

두 번째 디저트, 화이트 치즈가 곁들여진 셔벗과 버찌로 만들어진 바삭함이 곁들여진 발효유로 만든 아이스크림. 셔벗이 입에서 정말 사르르 녹는-


함께 페어링 된 마지막 주류는 재미있게도 맥주였다. Biere <Estive>. 페어링 된 모든 와인과 주류는 지역 혹은 프랑스에서 생산된 것들을 엄선하여 메뉴와 맞게 그때그때 바뀐다고 한다.








대망의 마지막 코스,

무려 디저트만 세 코스가 나왔던 ㅎㅎ 중간에 치즈 디저트도 먹겠냐고 물었는데 치즈까지 먹으면 배가 너무 부를 것 같아서 포기.

마지막 디저트는 귀엽게도 작은 초코 아이스바와 훈제된 초콜릿 무스, 그리고 너무 귀여운 테디베어 모양의 마들렌 되시겠다.







꽤 많은 코스를 먹고 마셨음에도 중간중간 설명도 듣고, 셰프와 수다도 떨어서 그런지- 딱 적당하고 기분 좋게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드디어 마지막까지 코스를 마치니 장장 3시간 정도 걸렸던.


셰프와 서버분들이랑 수다도 꽤 떨고, 분주한 주방도 구경하느라 사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겼던 다이닝이었다. 마지막으로 결제할 때쯤 받은 오늘 메뉴와 페어링 리스트가 담긴 카드와 작은 시크릿 선물이라던 상자. (꼭 내일 열어보라고 신신당부 받았으나 참지 못하고 그날 밤에 열어봄 ㅋㅋ)


시크릿은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다. 작은 상자 안에는 귀여운 테디베어 빵이 하나 더 들어있었던 ㅎㅎ






꽤 큰 금액 나왔지만 간만에 정말 눈, 코, 입이 모두 즐거웠던 다이닝이라 기분 좋게 팁까지 얻어 결제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섰다. 한 여름이라 밤늦은 시간에도 기분 좋았던 여름밤의 리옹 거리를 소화도 시킬 겸 조금 거닐다가- 너무 늦게 집에 도착할 것 같아 중간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이제 월요일인데 다이닝 덕인지 꼭 주말 같았던 리옹 둘째 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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