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노마드, feat.벽화도시 20230718
가끔 즐기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은 정말이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단순히 새로운 도시를 여행하고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루틴을 지키며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는 느낌. 오전에는 열심히 일하고, 오후에는 열심히 도시를 즐기는-
정말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사는 분들처럼 매달 혹은 일 년에 여러번에 걸쳐 이곳 저곳 옮겨 다니며 유목민같은 생활을 누군가 나에게 하라하면 자신 없지만- 이렇게 가끔 원할 때, 주변 환기도 시킬 겸 즐기는 가끔 노마드의 삶은 꽤나 만족스러울 것 같다.
해가 긴 여름이지만, 대부분의 가게들이 6시쯤 닫은 리옹의 특성상- 업무를 일찍 시작하여 일찍 끝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전 7시쯤 업무를 시작하여 짧게 점심시간을 갖고 3시 정도에 마무리-
지내고 있는 친구의 집에 에어컨이 있기는 하지만, 비교적 오전에는 선선하고 해도 덜 들어 업무를 보고 밖으로 나가 놀다가, 다시 해가져 선선해지면 집으로 돌아오는 날들의 반복이 시작되었다.
특히 이날은 정말 날씨가 무더웠다. 39도까지 올라갔던 극악무도한 날씨. 구름 한 점 없이 하루 종일 땡볕이 내리쬔 덕에 체감온도는 40도 그 이상. 정말 최소한의 옷만 입고, 선글라스와 부채를 챙겨 밖으로 나섰다.
이 더운 날, 하필 나는 참 무모하게도 리옹의 벽화들을 보기 위해 이곳저곳 다녀보기로 했다.
리옹은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미식의 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에 못지않게 도시 곳곳에서 참 많은 벽화와 아기자기한 그림 혹은 그래픽들을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는 도시이기도 했다.
업무를 마치고, 야무지게 미리 냉장고에 넣어둔 물 한 병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건물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턱-하고 막히는 숨. 아이고 덥다.
집을 나서기 전, 어디 어디에 어떤 벽화가 있는 대강 크고 유명한 곳을 미리 지도에 체크해 두었는데, 마침 친구 집 근처에 그중 하나가 있어 그곳부터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친구 집에서 10분 정도 걸으니 등장한 정말 웅장한 벽화. 규모가 어마 무지한데도, 디테일이 살아있다. 언뜻 봐서는 어느 부분까지가 벽화이고, 어느 부분까지가 실제 건물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이다.
한참 서서 구석구석 벽화 감상 후, 본격적으로 벽화를 찾아다니기 위해 시내로 나섰다. 방금 본 곳을 포함해 큰 규모의 유명한 벽화는 총 3군데가 있다.
두 번째 벽화, 거대하지만 클래식한 서점처럼 보이는 벽화.
맞은편 건물과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휴대폰으로는 각이 나오지 않아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던- (하필 두 개의 휴대폰 중 이전에 쓰던 걸 들고나가서 카메라가 그리 성능이 뛰어나진 않다 ㅎ)
마지막, 그리고 아마도 가장 유명한 벽화.
실제 창하나 없는 외벽에 빼곡히 그려진 창문, 그리고 각각 창문의 사람들 그리고 스토리.
여러 인물과 장면들이 있지만, 그래도 역시 나의 최애는-
한 창에 당당히 자리 잡은 어린 왕자 되시겠다. ㅎ
이렇게 대규모의 벽화로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구경하는 유명한 곳들도 있지만, 리옹은 정말 거리와 건물 곳곳에 그려진 그림과 벽화 (그래피티) 들 이참 많은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어느 거리를 거닐어도 정말 어렵지 않게 건물에 그려진 벽화들을 만나볼 수 있었기에-
이전 리옹 여행기에도, 그리고 앞으로 올릴 여행기에도- 종종 여기저기 그려진 벽화 사진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너스,
이런 웅장한 벽화도 있지만, 프랑스 구석구석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아이도 있는데 바로 픽셀로 이루어진 작은 그래픽 아트들이다.
이 아이들을 리옹뿐 아니라 프랑스 전역 여기저기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는데, 정식 명칭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거리 구석구석 정말 숨은 그림 찾기 하는 심정으로 보물 같은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은 정말 우연치 않게도, 나의 최애 수퍼마리오에 관련된 아이들만 눈에 띄었다.
어제 럭셔리 필로 저녁을 먹었으니 오늘은 뭔가 가볍게 스트릿 푸드 쪽으로 가볼까 하다가- 마침 검색에서 눈에 띈 음식이 있어 도전해 보기로. 비주얼이 특이해 왠지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시내 중심가로 가는 중- 저녁쯤 되자 하늘에 서서히 구름이 깔리기 시작하고. 더운데 비가 오기 직전이라 그런지 날이 정말 후덥 지근 (불쾌지수 최고조 ㅠㅠ)
다행히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정말 추울 정도로 에어컨이 빵빵해서 (한국인 줄 ㅎ),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주인분이 친절하고, 아직 좀 이른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많이 없어서 2층에 나와 커플 한 팀밖에 없어서 조용한 것도 좋고-
오늘의 저녁은 바로 이것-
한 마디로 형용이 어려운. 비주얼이 매우 특이하고 냄새도 굿! 일단 주인분이 너무 친절하셔서 기대하고 식사를 시작했으나... 맛이 그다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음료는 맛있었다)
배가 고파 다 먹기는 했으나, 두 번 갈만한 맛은 정말 아니었던.
메뉴 옵션이 몇 가지 있었는데, 내가 잘못 고른 것일 수도 있으나, 리옹에서 정말 처음으로 음식에 실패한 날이었다. (흑-)
주말에 열심히 관광을 하기도 했고, 오늘은 유난히 날이 덥다고 하기도 해서 크게 계획을 세우지 않고 단순히 산책 + 벽화 찾기 정도로 계획했던 하루의 끝.
저녁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강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해가 슬슬 넘어갈 준비를 하며 점점 하늘도 노랗게 물들어가고, 다행히 후덥지근한 온도도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해가 넘어가니 강가에 사람이 꽤나 많아졌다. 운동하는 사람, 나처럼 산책하는 사람, 앉아서 옹기종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그렇게 강가 따라 노을 따라 꽤나 긴 산책을 마친 후, 다시 친구- 당분간은 리옹에 있는 우리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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