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와이너리 + 와인 테이스팅 20230716
어제 열심히 돌아다닌 탓인지 꽤 피곤. 느긋하게 아침을 시작하고 친구와 천천히 만나기로 했다. 오늘은 미리 예약해둔 와인투어가 있는 날. 친구가 떠나기 전 마지막 날이라 오후 와인투어 가기 전에 어딘가 들러야 할 것 같아서 리옹 사는 친구에게 추천받은 떼뜨 도흐 공원에 가보기로 했다.
친구 숙소가 내가 묵는 곳에서 공원까지 마침 가는 길에 있어서, 친구 숙소에서 만나서 같이 공원까지 걸어갔다. 공원이 꽤 규모가 있어서 다 둘러보진 못하고, 버스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간단히 산책하기로 했다.
론강과 손강 사이에서 묵고 있는 우리가 공원에 가기 위해 꼭 건너야 하는 론강. 강을 지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리옹에 있는 강들은 물이 참 맑다. 에메랄드 색 강. 베를린 강과는 많이 다른 ㅎㅎ
론강에서 가까운 입구인 Porte des Enfants du Rhône로 향했다. 게이트 뒤로 넓게 펼쳐진 호수가 보인다. 주말이라 그런지 아침이었는데도 사람이 꽤 많았다. 우리처럼 공원을 둘러보기 위해 찾은 관광객부터 운동하는 로컬들까지-
예뻤던 공원 게이트 근처 호수 앞에서 한 컷! 날씨도 좋고, 예쁜 조경에 호수까지 있으니 풍경이 정말 그림 같다.
유럽 공원 특, 참 자연 친화적이다. ㅎㅎ 새와 동물들이 마음껏 돌아다니는! 우리가 걸어가는 길목을 차지한 오리떼. 사람에 익숙해서 그런지 사람을 무서워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당당히 길을 가로질러 본인들 갈 길 가는 오리님들.
공원을 걷다 보니 지하로 연결된 길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가니 공원 중간 작게 있는 섬, 쑤브니흐로 연결된다. 섬은 딱히 별거 없고 모뉴먼트 같은 것이 있었는데 프랑스어로 적혀있어서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다 ㅎ 한 가지 기억 남는 것은 관리를 안 하는 건지 자연친화적인 게 콘셉트인 건지 엄청난 양의 새 똥이 여기저기 ;;;; 나름 한적한 섬이었는데 아름답지 많은 않았던 ㅎㅎ
그래도 섬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반대편의 공원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던. 미리 예약해 두었던 와인투어만 아니었으면 자리 깔고 앉아 한참 바라봤을 풍경. 오늘은 친구를 위해 잠깐 공원을 둘러보지만, 꼭 다른 날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원 산책하고 버스정류장 쪽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 자리를 잡고 앉아 스케치를 하는 소년이 눈에 띈다. 주변이 꽤 어수선했는데도 뭘 그리는 건지 집중력이 엄청나 보였던-
와인투어를 가기 전 간단히 요기도 할 겸, 어차피 미팅 포인트가 시내라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그런 건지 원래 배차간격이 드문 한 건지, 제법 기다려야 했던 버스.
친구와 나는 둘 다 운전도 못하고, 프랑스어도 안되지만- 둘 다 와인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둘이 따로 알아봐서 와인투어를 가긴 힘들고, 대신 당일치기로 차로 이동하며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소그룹 투어를 미리 신청해두었다. 투어는 최대 8명까지만 받고, 반나절 간 진행된다.
만남 장소로 가기 전 정신 차릴 겸, 카페인 충전 + 간단한 요기. 오랜만에 프렛을 만나니 어찌나 반갑던지. 런던 향수를 떠올리며 에스프레소에 작은 요거트볼을 구입해서 맛있게 먹었다.
만남의 장소로 가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투어 차량과 오늘의 가이드. 리옹 출신이며, 프리랜서로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클라망스. 다른 사람들보다 우리가 조금 일찍 도착한 탓에 가이드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리옹에 대한 팁도 살짝! 얻을 수 있었다.
잠시 후, 다른 팀들도 도착. 재미있었던 사실을 우리 빼고 모두 미국인이었다. ㅎㅎ 한 커플은 뉴욕에서 와 여행 중이라고 했고, 한 커플은 석사를 마치고 직장으로 출근 전 여행 중이라 했고, 마지막 커플은 나이가 좀 있으셨는지 은퇴하시고 유럽 여행 중이시란다. 서로 간단히 이름과 소개를 마치고, 차에 탑승! 차 멀미가 심한 편인 나는 차를 오래 타고 가야 할까 봐 살짝 걱정했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라고 ㅎㅎ
차를 타고 풍경을 바라보며 조금 달리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장소에 도착했다.
첫 번째 장소라고 도착했는데, 생뚱맞게 웬 교회 앞에 도착을 해서 뭔가 했더니만-
교회 건물 뒤로 가니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탁!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탁 트이고 아름답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너 평화로웠던 풍경. 지대가 높아 더운 날씨에도 꽤 선선한 바람이 불어 밖에서 피크닉 하기에 정말 찰떡인 날씨였다.
우리가 풍경을 구경하는 사이에 첫 번째로 테이스팅 할 와인들일 세팅해 준 가이드님. 보졸레 지역 와인에 대한 간략한 설명 후 화이트부터 로제, 레드로 이어지는 와인 테이스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간단히 준비된 맛있는 프랑스빵들.
나는 와인 전문가는 아니기에 테이스팅 한 와인에 대해 객관적인 리뷰는 남길 수 없지만, 정말 꿀맛이었다. 내가 와인에 취한 건지 풍경에 취한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ㅎㅎ 넓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마셨던 와인의 맛.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한 장면으로 오래도록 기억과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다 같이 움직이는 투어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곳에서 해질 때까지 있었겠지 ㅎㅎ
첫 번째 와인 테이스팅을 마치고 두 번째로 들른 곳은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 이곳에서 잠시 머무르며 마을을 둘러보았다. 황금빛이 나는 돌로 지어진 건물로만 이루어진 마을 덕에 마을 전체가 햇볕 아래 은은하게 황금빛으로 빛이 났다. 아직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마을에서 잠시 머무르며 자유시간!
마을에 작은 성당이 있어서 들러보았다. 규모가 매우 아담한 성당이지만 안쪽에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있고,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었다.
성당을 나오자 계단 밑으로 펼쳐진 마음을 고즈넉한 풍경. 아기자기한 집들 사이로 넓게 펼쳐진 능선들이 참 아름다우면서도 정겹다.
마을 자체가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도 했지만, 골목골목 참 아기자기했다. 작은 상점들과 귀여운 카페들이 여기저기 있고, 주말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꽤나 많았다.
다시 마을 밖으로 빠져나가는 작은 게이트.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카페에 잠시 앉아 커피라도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겠거늘... 차량으로 하는 당일치기 투어는 이게 참 아쉽다. 확실히 유럽은 근교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운전을 해야 하는가 보다. ㅠㅠ 다음에는 운전 연습 좀 하거나 운전할 수 있는 친구와 와야겠다며 ㅎㅎ
아쉬운 마음으로 마을과 안녕하며 도착한 곳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와이너리 투어! 그리고 테이스팅.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와이너리.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널리 펼쳐진 포도밭. 날이 꽤 더워서 땡볕에 그늘도 없이 서있으려니 힘들어서 바로 모자를 썼더니, 나를 따라 다들 하나둘씩 급 모자 착용 ㅎㅎ
와이너리 주인장 아저씨와 아저씨보다 더 우리를 격하게 반겨주었던 와이너리 가이드 개님. ㅎㅎ 포도밭을 구경하고 설명 듣는 내내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어린 포도나무와 오래된 나무를 비교하며 설명해 주시는데 한 컷. 아저씨가 손으로 가리킨 나무가 이 포도밭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고 한다. 아저씨 할아버지께서 심으신 나무라고 ㅎㅎ 무려 백 년 넘은 포도 나무란다!
중간에 와인을 생산하는 곳에서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 듣고, 내부 구경도 하였는데 안타깝게도 사진이 없는... 우리 말고도 우리보다 더 큰(!) 규모의 단체 관광객이 이미 안쪽을 차지하고 있어 꽤나 북적+시끄러웠다 ㅎㅎ 사실 설명이 귀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던 ㅎㅎ
간략한 투어를 마치고 내부 한쪽에 마련된 테이스팅 장소로! 이날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농장에서만 판매하는 화이트 와인 두 종류와 레드와인 두 종류를 테이스팅 했다. 아저씨의 간단한 설명이 이어지고, 테이스팅 하며 함께 맛볼 수 있도록 지역 치즈와 숙성된 햄이 함께 어우리진 플래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와인뿐 아니라 함께 준비된 플래터도 너무너무 맛있었던!
테이스팅을 하며 같이 투어하는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 어디서 왔고, 어떤 일을 하고, 왜 여행 중인지 그런 이야기들 ㅎㅎ 나와 내 친구만 독일에 살고 있고 미국인이 아닌지라, 질문을 꽤나 많았던. 역시 스몰토크는 미국인들이 짱인듯...!
테이스팅 시간이 끝나가고, 농장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오늘 테이스팅 한 와인 중 마음에 들었던 레드 와인 한 병을 구입했다. (사실 화이트 와인 중 달달한 디저트 와인도 마음에 들었는데, 캐리어에 공간도 없고 ㅠㅠ 두병이나 들고 갈 자신은 없어서 친구에게 나 대신 강매(!) 시켰다 ㅎㅎ 결국 친구가 2주 후 베를린 올 때 가져다주어서 함께 마시기로 ㅎㅎ)
+ 다음 달에 베를린을 방문하는 직장동료 중 와인 러버가 있는데! 그 친구는 지금 이탈리아 여행 중. 그래서 각자 프랑스 와인과 이탈리아 와인을 한 병씩 가지고 와서 베를린 사무실에서 함께 와인파티를 열기로 했다. (그 와중에 화상 미팅에 함께 있었던 다른 동료가 자기는 조지아 여행 예정이라며 본인도 와인 한 병 사와 합세하겠다길래 조지아산 오렌지 와인 부탁함 ㅋ)
그렇게 나름 알차고 기분 좋았던 와인투어를 마치고! 다시 리옹으로 컴백했다. 반나절만 하기엔 너무 짧고 아쉬웠던 투어 ㅠㅠ
리옹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 어린 왕자 작가가 태어난 생가가 있다며 지나가는 말로 가이드님이 설명해 주셨는데- 생땍쥐페리와 어린 왕자 관련 장소는 다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가보지 못해, 차에서 내려서 가이드님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바로 작가가 태어난 곳으로 향했다. 다행히 차 내려준 곳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달할 거리!
이렇게 어린 왕자 덕후인 나의 사리사욕을 채운 후에-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가기 위해 잠시 리옹 시내를 걸었다. 사실 딱히 저녁을 뭘 먹어야지 정해 논게 없어 뭘 먹을까 하다가. 친구 마지막 날이니 너 먹고 싶은 거 고르라 하자 생뚱맞게 일본 음식을 고른 나의 친구님.
이렇게 친구의 마지막픽은 일식. 나는 데리야키 야끼소바 시켰는데, 조금 짰으나 매우 맛있었다. 리옹 집을 내어준 친구가 리옹은 워낙 미식의 도시라 어느 레스토랑을 가도 기본 이상은 할 거라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음 ㅎㅎ
천천히 저녁을 먹고 레스토랑을 나서자 어느덧 해가 질 시간이 다 되어갔고, 내일 아침 이른 기차를 타고 다시 독일로 돌아갈 친구와 빠이빠이 했다. 어차피 베를린에 꽤 자주 놀러 오는 친구고, 이미 2주 후에 베를린에 오기로 해서 헤어짐이 많이 아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주말 내내 함께 여행하던 메이트를 보내려니 왠지 아쉽 + 섭섭했던-
친구와의 주말 마지막 일정을 끝으로 나의 완전한 관광객 모드는 off! 내일부터는 다시 일하며 도시도 즐기는 반 로컬 모드로 돌아갈 예정이다.
ⓒ 2024. 지구외계인 The Earth Stranger, blog.naver.com/theearthstrange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