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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외계인 Nov 02. 2021

적정 연봉이란것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베를린

feat. 베를린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

'연봉'이라는 두 글자를 검색해보면

꽤 많은 공통키워드들을 볼 수 있다.


#연봉협상

#평균연봉

#베를린평균연봉

#디자이너연봉

그리고 #적정연봉


적정연봉이라... 과연 연봉에 '적정'이라는 것이 있을까?

연봉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많이 받으면 좋은 것이고, 혹은 많이 받은 만큼 많이 부려먹는 것.


직장인들의 딜레마이자 과제.


  

ⓒ Freepik



# 평균연봉


우선 독일의 전체 연봉 평균에 비해 베를린은 연봉 평균이 낮은편이다.

물론 물가가 다른 도시에 비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낮기때문에 연봉도 낮은 편.

하지만 요 몇년 사이에 꽤 많은 IT 기업들이 들어오고 스타트업의 성지로 떠오르며

물가와 함께 평균 연봉도 오르고 있다.


직종에 따른 연봉 평균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얻고 싶다면,

gehalt.de나 Glassdoor에서 검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모든 경우에 다 맞다고 할 수 는 없지만, 어느 정도 연봉 '선'이라는 감은 잡을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이미 채용공고를 낼 때 대략의 연봉을 함께 기재하는 것이 일반 적이다.

10-15K 파운드 / 이런 식으로.

그래서 내가 이미 어느 정도 받을 연봉을 예상하고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연봉은 참으로 불투명하다.

물론 대기업의 경우 직급과 연차에 따라 이미 어느정도 연봉 테이블이 정해져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정말 말그대로 나 하기나름, 회사 나름.

그리고 한 회사 안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말그대로 천차만별이다.





# 회사가 크다고 연봉도 높을까? - 스타트업 계의 뜨거운 감자 A사


물론 연봉이라는 것이 직종이따라서도 많이 다르겠지만

회사에 따라서도 많이 다르다.

회사의 규모가 크고 작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연봉은 회사의 크기가 비례하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A사는 꽤나 유명한 스타트업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누구나 한 번쯤은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볼 법한 소위 '핫'한 스타트업.

말이 스타트업이지, 지난 몇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루며 이제 거의 중견기업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규모로 성장했다.

나 역시 디자이너로써 A사의 깔끔한 브랜드 이미지와 캠페인의 비주얼 등이 마음에 들어 한번쯤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었다.

그러나 우연히 친구로부터 들은 '연봉'이야기는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이 친구는 A사에 입사전 이미 시니어 레벨의 웹 디자이너로 수년간 일해왔다.

하지만 프로덕트와 UX 디자인으로 커리어를 확장시키고 싶었고, 업무를 하며 일을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A사의 주니어 포지션으로 입사하였다.

아무리 주니어 포지션이라고는 하나 UX까지 겸한 프로덕트 디자이너 포지션에 그 핫한 A사.

UX의 평균 연봉이 그래픽이나 웹에 비해 높은 경우가 많아 그 역시 이전 그래픽이나 웹 디자이너로 일할 때보다는 어느 정도 높은 연봉을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받은 오퍼는 베를린 주니어 그래픽 디자이너의 연봉 수준 선상이었다.

(제 3자인 내가 듣고도 경악할 금액이었으니...)

회사나 포지션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 정도 경력에 저 연봉이면... 내가 그라면 나는 과감히 접었을 것이다.

연봉이 '전부'는 아니지만 결국 회사가 나의 능력을 평가하고 인정하는 잣대는 '연봉'이니까...


회사가 크고 유명하다고 연봉을 잘 주는 것이 아니듯이, 회사가 작다고 연봉이 꼭 짠것만은 아니다.

작은 회사의 경우더라도 큰 모기업의 산하 회사거나 (예를 들어 삼성이 합작한 스타트업), 에이전시의 경우 다루는 클라이언트나 서비스 폭에 따라 대기업만큼 연봉을 주는 곳도 많다.





# 연봉이란 자고로 주는 만큼 부려먹는 것


회사에서 결국 직원에게 연봉을 주는 이유는 직원이 회사를 위해 그만큼 '일'을 해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연봉 빵빵한 대기업을 다니던 친구들이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회사를 소위 때려치우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워라벨을 찾아 대기업을 그만두는 친구들도 있지만, 결국 높은 연봉을 받고도 그것을 쓰지 못할 만큼 시간이 없다는 것.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 사정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참으로 웃픈현실이다.


독일의 경우 한국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다.

유럽에서 일하면 단순히 '저녁이 있는 삶'을 살 것 같지만, 독일사람들- 생각보다 근면성실하다.

젊은 스타트업의 경우는 몰라도,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들은 이 곳도 못지않게 살벌하다.

시간 외 근무를 자주 하지 않는 대신에 근무시간에는 정말 '일'만한다.

개인적으로 휴대폰을 만지는 일도, 심지어 개인 휴대폰 충전을 회사에서 하는 것도 꼬투리를 잡으려면 얼마든지 명분이 된다고... (살벌)


다른 부서 방에 한번 놀러가면 30분씩 토크쇼를 벌이다 오는 나의 입장에서는... (나는 저런 퐉퐉한 회사랑 일 못한다.)


작은 에이전시에서 일했던 내 절친 S양은 잦은 야근과 비효율적인 업무환경, 그리고 그다지 높지 않는 연봉이 항상 불만이었다.

좋은 기회에 대기업으로 옮기고, 한 동안은 거의 10K이상 오른 연봉과 보너스, 회사의 다양한 혜택 등에 만족하는 듯한 모습이었었다.

하지만 지금, 이직한지 2년이 조금 안된 시점에서 S양은 다른 회사와의 최종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직을 고려한 이유는 간단하다.

높은 연봉과 다양한 혜택들은 너무 아쉽지만, 지금 회사에 입사한 이래 정말 빡빡한 삶을 살아왔기때문.

강도높은 프로젝트들때문에 평일에는 거의 번아웃, 승진과 더 높은 연봉 협상을 위해 주말까지도 다양한 워크샵에 참여하고 자격증을 취득을 위해 수업과 시험을 반복해야했다.

현재 이직을 고려중인 곳은 규모가 조금작지만 가족적인 분위기의 에이전시라고 한다.

연봉은 몇천유로가 깎이겠지만 그만큼 더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을 많이 다루고, 조금 덜 빡빡한 분위기의 회사로 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한번에 연봉이 훅! 뛴 친구가 내심 부러웠었는데...

2년사이에 나날이 피골이 상접해져가는 친구의 얼굴을 보며 역시 연봉은 주는 만큼 부려먹는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우쳤다.





# 목소리 큰 사람이 연봉도 많이 받는다?


우리나라 말에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하더니.

이 말은 독일에서도 통하나보다.


예전에 잠깐 프리랜서로 일한 회사 B는 규모는 작지만 이 바닥에서 소위 오래 버텨온 중견 에이전시였다.

단기 프로젝트였지만 회사 사람들과 꽤 친해져 일을 마친 후 종종 맥주도 함께마시고 게임도 하곤 했었는데,

함께 일을 했었던 개발자 중 하나가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회사의 가족적인 분위기를 두고 떠나는 것은 꽤나 아쉬웠지만, 스스로가 변화를 한번 쯤은 줘야하는 시기라고 느꼈다고 한다.

개발자 D군은 B에 입사하기전 2년정도 다른 곳에서 근무를 했고, B와는 4년정도 함께 일을 했다고 한다.

개발자는 어디든 갑중에 갑인 직종으로 디자이너인 나에게도 당연히 그려지는 연봉 선상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6년차 개발자인 D군에게 들은 그의 연봉은 비주얼 디자이너인 지금의 내 연봉과 별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지금 연봉이 처음들어올 때의 연봉과 같다는 것, 즉 그는 4년간 단 한.번.도 연봉 협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대부분의 대기업은 (회사따라 다르지만) 보통 매년 몇 프로씩 기본적으로 연봉이 오르고, 크게 성과를 냈을 경우 개별적인 연봉협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 고정적인 연봉협상이 없다.

이 말인 즉슨, 본인이 어필하는 정도에 따라 연봉협상이 이루어진다는 것.


한마디로 2년을 다니는 동안 본인이 한번도 연봉협상을 요청하지 않으면 연봉협상을 안할 수도,

연봉협상을 2번 요청하면 2번 할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연봉협상을 요청한다고 해서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현재 회사에서 2년 반정도 근무하면서 2번의 연봉협상을 했다.

첫번째는 이미 계약을 할 때 포함이 되어있었던 조건이었고, 두번째는 나의 요청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나보다 1년 먼저 입사한 동료 S군은 4년가까이 회사를 다니며 연봉협상을 딱 1번 했다고 한다.

물론 나의 경우 내가 연봉 협상을 요청하는 만큼, 내가 그동안 낸 성과들과 업적들을 어필하였다.

무조건 연봉 협상을 요청한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로 인해 독일의 많은 기업들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있다. 

우리회사의 경우도 본격적인 록다운이 시작된 작년 3-4월 경부터 모 기업에서 코로나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연봉협상은 없을 것이란 전체 공문이 내려왔다.

다행히 가을쯤 상황이 나아졌고 연봉협상이 재개 되었지만, 2월에 연봉협상 요청을 넣었던 나는 연봉협상을 위해 반념넘게 기다려야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

더 기가 막한 것은 나의 경우 2월에 연봉협상을 요청했기때문에 소위 Prio 리스트에 들어갔고,

10월에 연봉협상이 재개된 직후 바로 그 달 월급부터 새 연봉이 반영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기간내에 연봉협상을 요청했던 대부분의 직원들의 연봉협상은 거절되었고, 이미 승인된 나의 연봉협상은 비밀아닌 비밀이 되어버렸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베를린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


베를린, 특히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프로필을 링크드인에서 보면

한국인 입장에서는 꽤나 황당한 경력들의 향연을 펼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A기업 - 3개월

B기업 - 9개월

C기업 -5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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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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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회사헌터도 아니고 1년을 넘긴 회사가 없는 경우가 꽤나 많다.

회사를 자주 이직하는데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연봉'때문.


한 기업에 입사해 연봉협상을 한다고 해도 눈부신 성과없이는 한번에 많은 폭의 연봉을 인상하는 일은 꽤나 드물다.

하지만 이직을 하는 경우, 포지션이나 회사를 옮기며 연봉을 한번에 확!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일반적인 연봉협상에서 5-10%선 정도를 올린 다고 했을 때

이직을 하며 연봉을 새로 협상하는 상황에서는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커리어의 발전과 연봉 상승을 위해 이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회사에서 1년 계약으로 오퍼레이터로 일했던 W군 역시

계약 연장 시점에서 이런저런 고민 끝에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는 새로운 계약에 제시되었던 연봉이 너무 작았다는 것.

후에 다른 회사로 이직한 W군은 더 나은 조건의 계약을 함과 동시에 연봉의 앞자리 숫자를 바꾸었다고 한다.







연봉이 직업 선택 요건의 전부는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정말 중요한 요소인 것은 확실하다.


현재 직장에 꽤 만족하는 나도 연봉만을 생각하면

3년차인 이 시점에서 이직을 한번 해볼까 고민이 들곤 하니까...


스스로가 '돈'을 쫓는 삶을 지향하지는 말자 주의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내 소중한 시간과 열정을 소비하며 일하는 '댓가'를 잘 보상받아

여행도 더 많이하고, 가끔 호화로운 저녁도 먹고, 틈틈이 저축도 하고-

그러고 싶으니까...


연봉이란 왠수같은 놈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뽐내면서도

얽매이고 싶지 않은 애증의 친구같은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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