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5일만에 드디어 소아과 담당의 면담하다
많은 일이 있었다. 다이어리에 최대한 타임라인으로 써놓으려고 노력하긴 했는데… 조리원에 가서 뽀꼬를 기다리려던 계획은 뽀꼬 퇴원이 많이 미뤄지면서 물거품이 됐다. 어제 아침 10시에 뽀꼬 담당의 면담을 기다리는데 너무 떨렸다. 어떤 얘기를 할까 싶어서… 녹음을 했는데 그걸 좀 받아적어놔야겠다.
<클로바노트 활용>
응급 제왕 원인 아기가 맥박수가 높았던 이유는 태반 상태가 안 좋았었던 것 같음 심장 기형은 없지만 부정맥이 있을 수가 있음
빈맥의 원인 퇴원하고 나서 1시간 정도 지난 시점부터 맥박 수가 많이 좋아짐 빈맥의 원인을 찾으려면 여러 가지 검사를 해봐야 함 산전의 스트레스 상황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보임
태아 수종의 증상 태아 수종이 있으면 아기가 심장 기능이든 뭐든 컨디션이 굉장히 안 좋은 상태다라고 예측을 하는 건데 맥박수가 2주 이상 지속이 됐으면 아마 태아 수종으로 갔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는 건데 역으로 생각해 보면 아주 긴 시간 동안 아기가 그렇게 맥박수가 높지 않았을 거다라고 유추를 하는 거임 아기가 스트레스 상황은 있었을 거다라고 생각을 하고 치료를 하고 있는 중임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분비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적어서 스테로이드를 소량을 주면서 혈압이 오르는지를 봐야 될 것 같음 스테로이드 수치가 낮은 거는 부신이라는 장기랑 상관이 있음 스테로이드는 부신이라는 장기에서 스트레스 상황에 반응을 하기 위한 스테로이드 호르몬들을 많이 만들어내야 되는데 그게 부적절하게 적게 나오는 경우가 있음 스테로이드를 도와주면서 주사로 좀 주면서 경과를 봐야 될 것 같음
뇌실 주변 음영 증가 초음파에서 뇌가 부어 보이고 다른 기형이 없는 상태여서 경과를 봐야 할 것 같음 뇌실 주변 음영 증가가 뇌 손상일 가능성은 지켜봐야 할 것 같음
혈압 낮은 환자의 검사 혈압만 좀 낮아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있음 시신경이나 청력 검사도 할 예정임 혈액 검사는 스테로이드 수치가 조금 낮은 거 빼고는 괜찮음
혈압의 정상 범위 혈압이 정상 범위보다 낮게 유지되면 몸이 안 중요한 장기부터 포기하게 될 수도 있어서 혈압을 일단 승압제를 주면서 혈압이 너무 높아지는 정도가 되면 그때부터 줄이기 시작할 것임 호흡은 괜찮아져서 오늘 호흡 보조하는 건 떼줬음
시신경, 청력검사도 퇴원 전에 예정
녹음을 다시 들으니까 다시 그때 감정이 떠오르는 것 같다. 남편이 뽀꼬 ‘도파민’ 맞고 있다고 해서 도파민이래 ㅎㅎㅎ 했는데 그게 승압제였던 것 같다. 뇌실주변음영증가 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한번 덜컹했고(태아빈맥 검색했을 때 백질연화증, 허혈성 저산소 뇌손상이 가장 많이 나왔었기에) , 일주일 이따 혈압을 다시 보겠다는 말에 두번 덜컹했고… 그럼 언제 퇴원할 수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눈앞에 곽티슈가 보였고 이 상담실에 왜 곽티슈가 있는지 갑자기 알 것 같았다.
뽀꼬 퇴원이 3주 그이상 걸릴 수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조리원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바로 결심했다. 원래대로 3박 4일 입원했었으면 조리원에 갔을 텐데 4박 5일 입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촌세브란스 제왕절개 비용은 4인실 2박 1인실 2박 총 4박 5일에 164만원 정도 나왔다. 11시 30분까지 기다렸다가 뽀꼬 면회를 갔다가 왔다. 첫날처럼 보자마자 울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았고 눈에 많이 담고 말도 많이 걸고 많이 예뻐해주고 왔다.
집에 와서는 유축하고 자고 계속 검색을 했다. 네이버카페 느린걸음에도 가입했다. 여기에 글을 올릴 일이 없기를 제발 바라면서… 뽀꼬한테도 ‘뻗침’ 증상이 있는 것 같은데 발달장애 증상 중 하나라고 해서 걱정이 조금 된다. 아니길 바라야지… 조리원에서는 산전마사지 15만원x2회를 제하고 예약금을 환불해준다고 했다. 그러든지 말든지… 내가 왜 조리원에 가고 싶지 않았는지 당시로서는 딱히 이유를 댈 수 없었는데 남편이 “다른 아기들을 볼 자신이 없어서요”라고 하자 아, 그렇구나. 다른 아기들을 볼 자신이 없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퇴원날 아침에 본관에 가다가 우연히 신생아실을 지나게 되었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아기와 아빠를 보고 복도에서 펑펑 울었다. 우리 뽀꼬는 저기로 못 가고 중환자실로 가서 언제 나올지 모르니까… 사실 호르몬 때문인지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온다.
엄마아빠가 상황을 궁금해할 것 같아서 전화를 했는데 통화하는 내내 잠이 쏟아졌다. 이상한 자세로 2시간 동안 죽은 듯이 잤다. 일어나서는 7시반 면회를 또 가고 싶었는데 남편이 말려서 그냥 내일 가기로 했다. 그리고 뽀꼬 이름을 지어줘야 해서 남편이랑 상의를 했다. 원래 지어주고 싶었던 이름은 한자가 없어서 포기하고 최대한 건강할 수 있는 이름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한도현, 한태오, 한도영, 한승우, 한도진, 한무진 중에서 도현, 태오는 너무 흔한 이름이라 빼고 도진, 무진도 제외하고 도영, 승우 2개 이름에 추가로 4개 이름을 더 신청했다. 작명소에서 3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승우라는 이름은 갑자기 생각났는데 뽀꼬가 LG트윈스 우승 날 태어나기도 했고 뭔가 건강한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화요일은 싱어게인4 보는 날이라 남편이랑 싱어게인을 봤다. 3시간마다 유축도 했다. 제왕절개 이틀차부터 기저부마사지를 하고 3시간마다 유축을 했더니 6일차인 지금은 유축 한 번 할 때마다 40~50cc씩 나온다. 걱정했던 젖몸살도 없다. 가슴에 살짝 열감이 있고 유축하고 1시간쯤 지나면 뚝뚝 흐르긴 하지만 혹여나 젖이 마를까봐 아이스팩 찜질도 하지 않고 있다. 뽀꼬에게 직수를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프긴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모유 유축하고 NICU에 배달하는 것밖에 없으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할 일이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3시간마다 유축을 하려면 잠을 2시간씩 끊어 자야 한다. 1시~3시반, 4시반~6시반 이렇게 쪽잠을 자고 점심 먹고 낮잠을 2시간쯤 더 잤다. 산후조리가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나는 낮잠이라도 자지 저렇게 쪽잠 자고 출근하는 남편이 정말 고생일 것이다.
이 와중에 회사에 난리가 났다. 우리 회사보다 규모가 훨씬 작고 적자인 회사에 매각이 된다고 해서 다들 멘붕인 상황이다. 대기업 계열사 다니다가 중소기업보다 못한 스타트업 직원 되게 생겼다. 2027년 1월까지 육아휴직인데 그 전에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존나 버틸 예정이다. 연봉이 좀 아쉬워도 복지 포함하면 자타공인 업계 최고라서 만족하고 다녔는데 이제 다 없어지게 생겼다. 육아휴직 비율이 정말 높은 회사에서 5년 동안 다른 팀원들 육아휴직 갈 때 백업하느라 말 그대로 몸을 갈아넣었는데… 이제 내가 좀 누려볼까 하니까 이런 일도 생기네. 전 노동조합 대의원으로서 이번 투쟁에 같이 참여 못해서 아쉽기도 하다.
이제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7시 반 면회를 갈 수 있다. 뽀꼬 보고 싶어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