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벙
박팀장! 오늘 행사하느라 수고 많았어. 고객들 반응이 좋아서 다음 달에는 신형철 작가 책 매출 좀 올라가겠는데. 준비하느라 바빴을 텐데 일찍 퇴근해.
2주에 걸쳐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바빴는데 고객들이 많이 참석해서 북토크 장소로 대여한 공간이 가득 찬 것을 보니 흐뭇했다. 퇴근하는 길에도 북토크의 열기를 떠올리니 음악을 듣다가도 계속 웃음이 나왔다. 게다가 팬을 자처하던 신형철 작가님의 북토크가 아닌가. 행사가 끝나니 어제 느꼈던 무거운 마음은 다 사라지고 깃털같이 사뿐사뿐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프로젝트 마친 기념으로 치맥? 평일이니 혼술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당근앱 채팅 알림이 울렸다. 퇴근 시간이 되어가니 사람들이 하나둘 단톡에 참여하고 있었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쫓아가다 보니 치킨이 눈에 들어왔다. 오홋. 나와 같은 맘인 사람들이 있네.
오~ 그 집 맛집인가요?
수성못의 만수통닭. 여기 완전 유명함.
여기서 보자. 누가 벙 칠래??
그럼 7시에 볼까?
콜. 운영진한테 벙 쳐달라 해라. 인원수 맞추고.
지도앱으로 검색해 보니 그리 멀지 않았다. 부지런히 준비해서 가면 시간에 맞춰서 갈 수 있겠네. 아! 그런데 야간산행처럼 이상한 사람 있으면 어쩌지? 은지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5명이 만나는 것이고 컴컴한 산이 아니라 북적이는 호수 근처 치킨 맛집이 아닌가. 용기를 내어 약속장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봄날입니다. 이쪽은 바닐라.
반갑습니다. 전 바다입니다.
모임 처음 참석하시나요?
지난번에 야간산행 갔었어요.
등산 좋아하시는구나. 맥주 드실래요?
차를 가져와서 물 마실게요.
그럼 무알콜맥주 드세요. 뭘로 드실래요?
무알콜맥주도 맛있나요?
먹을만해요. 금방 사 갖고 올게요.
퇴근길에 바로 왔는지 세미정장을 입은 남자 회원분이 부리나케 편의점으로 향했다. 얼마 뒤 카스, 버드와이저 등 다양한 종류의 무알맥을 들고 돌아와서 먹고 싶은 맥주를 고르라고 했다. 치킨과 함께 나온 감자튀김도 기름맛이 적게 나서 맛있었다. 무알맥을 사 온 봄날 회원이 앉은 자리에 케첩이 없길래 접시에 덜어드렸다. 버드 와이저를 마시고 이어서 카스 레몬 스퀴즈를 마셨다. 무알맥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알코올 맛이 느껴졌다. 단 시간에 많은 양을 마시지 않는 이상 음주 운전에 걸릴 일은 없다. 그래서 맘 편하게 치킨과 함께 연신 건배를 외치며 마셨다.
싱글인 이유, 여행담, 모임의 특징 등등을 같이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번에는 봄날 회원이 자신이 벙을 연 기념으로 선물을 준비했다며 온누리 상품권을 꺼내놓았다. 묵찌빠게임. 묵찌빠 승자는 10000원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하루 종일 긴장했다가 퇴근하고 운전해서 달려와 배불리 먹었더니 나른했다. 그래서 묵찌빠 규칙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다. 첫 번째로 탈락했다. 아쉬운 맘으로 고수들의 묵찌빠를 구경했다. 최종 승자는 역시 봄날 회원이었다. 하지만 내가 신입이니 상품권을 양보하겠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다음 날 저녁 봄날 회원이 모임후기를 올렸다.
그런데 내 고향이 어딘지까지 상세하게 적어서 불편한 맘이 들었다. 몇 번을 고민하다 갠톡을 보냈다. 몇 십 명이 보는 게시판이니 개인정보는 수정해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봄날은 미안하다면서 바로 수정했다.
바닐라님, 혁이님, 바다님, 코코님과 함께 치맥벙 즐기고 왔습니다.
퇴근 후 급벙인데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묵찌빠 이벤트도 즐거우셨죠? ㅋㅋ
바닐라님은 오늘도 차분하게 모임에 대해 알려주셨구요
코코님~급벙인데 운영진으로 참석해 주셔서 감사요.
혁이님은 머리가 빛나네요.
신입바다님은 고향이 충청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