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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Jan 06. 2025

선생님 어디로 가요?

눈물이 방울방울

 고인 물은 순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학교에서도 4-5년마다 전근 가는 제도를 활용해 해마다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고 또 새로운 아이들과 한 해를 보내게 된다. 말썽꾸러기들이 반에 3-4명은 있지만 가끔씩 말썽과는 거리가 먼 다른 학생이 된 것처럼 행동할 때가 있다.


  수업시간에 오래 집중하지 못해 지적을 당하는 일이 많았던 은수(가명)이는 좀처럼 영어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1학년때는 말수도 적어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과 어울리는 횟수도 늘었다. 오랜 기간 동안 봐 온 아이들이라 더욱 정이 간다. 전근 가기 전에 교실 짐을 챙기느라 커다란 바구니를 옮기고 있었다. 보기에도 말라서 힘이 없어 보이던 은수가 팔을 걷어붙이고 자기 몸 정도 크기의 바구니를 들어보려고 했다.


 "은수야. 이건 선생님이 들게. 비닐 좀 들어줄래?"

교실에 올라간 뒤에는 은수는 내가 뭘 하는 것인지 궁금해했다.

"바구니에 영어 그림책을 넣어보자."

수업시간과 달리 은수는 빠르게 움직이며 영어책을 담기 시작했다. 그립톡 만들기 키트를 건네주며 작별인사를 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앞문을 나서며 나를 보려는지 뒤를 몇 번이나 돌아보았다. 


급식실에서는 전근 방송을 들은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호철(가명)이는 선생님 어디로 가요?라고 말하며 눈을 비비더니 자꾸 눈물을 닦아낸다.

"호철아 선생님이 인별초등학교 다시 오면 호철이 꼭 보고 가야겠네. 그만 울고 이제 밥 먹자."

"선생님 어디로 가요?"

"진짜 가는 거예요??"


며칠 전에 받은 꼭꼭 눌러 쓴 크리스마스 카드부터 시작해 3학년 아이들이 아쉬운 맘을 나누기 시작했다. 내년에 4학년이 되면 어떤 모습으로 새로운 선생님과 영어수업에 참여할지 궁금해진다. 푸른 하늘을 내다보며 먹던 맛있는 급식과 장난기 가득한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나도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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