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넘어서다
202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12월에 약 16억 원의 상금을 나눠서 갖게 되었다. 60대부터 80대에 이르는 고령의 교수님들이 40대에 했던 양자터널링 현상 실험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세 과학자는 원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 세계가 아닌 사람이 볼 수 있는 전자회로에서 양자터널현상을 증명해 냈다. 양자터널링은 어떤 입자가 넘을 수 없는 에너지 장벽을 통과해 존재하는 현상을 말한다.
수상자들은 극저온등 특정조건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체 사이에 절연체를 삽입해 샌드위치처럼 만들고 전류를 흘렸다. 놀랍게도 전자가 움직이며 원래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절연층을 뛰어넘는 양자터널링 현상이 일어났다. 전류는 계단처럼 불연속적으로 흘렀고 양자회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양자화는 어떤 값이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양자 터널링은 원자, 전자 정도의 미시적 세계에서 관측되었는데 사람이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거시적 세계에도 존재함을 밝혀낸 것이다. UN이 지정한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에 양자기술을 현실 세계로 가져와 활용할 수 있게 초석을 마련해 준 과학자들에게 물리학상을 수여할 예정인 것이다. 노벨 위원회는 양자역학은 모든 디지털 기술의 기초이므로 매우 유용하고 수상자들은 양자 암호화, 양자컴퓨터, 양자센서 등 차세대 양자기술 개발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정연욱 성균관대 교수는 이번 수상에 대해 비유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반도체로 치면 기본 단위인 트랜지스터를 만든 사람이 상을 받은 것이다. 그게 중앙처리장치에 들어갈지 그래픽장치에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진공관 컴퓨터 시대를 끝냈다는 의미가 크다.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을 보여주기 위해 고안한 실험이 있다. 1935년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외부세계로부터 차단된 상자에 든 고양이를 가정해 실험을 설계했다. 상자 속 청산가리를 마신 고양이는 1시간 뒤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이 50%인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양자역학에 따르면 관측하지 않은 라듐핵은 붕괴한 핵과 붕괴하지 않은 핵이 함께 존재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시간 후 상자를 열었을 때 관측자가 볼 수 있는 것은 붕괴한 핵과 죽은 고양이거나 붕괴하지 않은 핵과 죽지 않은 고양이 둘 중 하나이다.
인공지능의 학습속도를 높이는 기술로 양자컴퓨팅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또한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기존의 컴퓨터로 해결이 거의 불가능한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는 문제나 암호의 해독이 가능하다. 봄부터 상승세를 타던 양자컴퓨터 관련 상장지수펀드는 어느새 70%가 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투어 양자컴퓨팅 기술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양자컴퓨팅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AI, 우주항공, 보안, 통신, 신약개발, 암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신기술이라서 어느 수준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존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고 완전히 다른 공간의 실현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처음 무선전화기를 보았을 때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닐 거라는 상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양자컴퓨터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기술이 사회의 발전을 돕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해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