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먹고 싶은 날
4주) 감각 자극 글쓰기
베란다 창밖으로 보이는 아파트 옆 동의 저녁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가족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열린 커튼 옆으로 커다란 TV가 보이는 집도 있었다. 대부분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내리고 있어서 안이 들여다보이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멀리 보이는 앞산 전망대도 밝게 불을 밝혔다. 가을밤에는 뭘 하면 좋을까? 일단 거실 청소를 마무리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청소 밀대 바닥을 들춰보니 청소포에 먼지가 잔뜩 붙어 있었다. 긴 여름이 지나고 살짝 맺힌 땀을 시원하게 식혀주는 선선한 바람이 부니 밀대 청소도 힘들지 않다. 청소도 하고 운동도 되니 이렇게 효율적인 저녁 일과가 또 있을까.
청소에 음악이 빠질 수 있나. 숀 멘더스의 신나는 곡을 틀어놓고 청소를 하니 청소밀대는 마이크가 되고 나는 숀 멘더스가 되어 무대에 서 있는 듯했다. <There’s nothing holding me back.> 노래 가사의 인물처럼 자유롭고 에너지가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베란다 창문을 거울삼아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열정 가득한 노래 선율이 주방을 가득 채우고 나의 콘서트 열기도 대단했다. 땀난다. 그렇게 신나게 한 곡을 마무리했다. 노래는 한마디로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고 자존감 높여서 당당하게 맞서자는 내용이다. 나도 할 수 있어. 그렇게 맘속으로 다짐하고 신나게 몸을 움직이고 나니 조금 힘이 났다.
이제 청소포를 떼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내 맘속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감정과 머릿속 여러 생각들도 말끔하게 정리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 연락이 없네. 핸드폰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시험이 얼마 안 남았으니 조금만 힘내자. 오늘은 집에 언제 오니?
내가 보낸 메시지 옆에 아직 1이 쓰여 있다. 많이 바쁜가? 대한민국 고등학생으로 지내는 게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똑같은 시간표, 똑같은 하루, 날마다 공부하고 돌아서면 다가오는 시험과 성적표. 나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다. 지금은 더 복잡한 입시제도를 통과해야 하니 공부에 대한 부담도 백배는 더 커졌다. 그래도 메시지 확인하고 답은 할 수 있을 텐데. 스트레칭도 하면서 공부해야지 집중도 잘 되는데.
문득 나는 아이에게 메시지 답을 빨리했었나 돌아보았다. 나도 일하다 보면 바로 답장을 못 할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아이의 존재를 잊어버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가 결국 전화를 해서 문자 메시지로 묻고 싶었던 내용을 말하곤 했다. 나도 전화해 볼까. 고등학생 학부모는 저녁에 뭘 하면 좋을까. 열어놓은 창문 베란다로 어디선가 고기 굽는 냄새가 풍겨왔다. 신선한 상추에 바싹 구운 고기와 파채를 듬뿍 올려서 먹고 싶은 금요일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