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가 봤니?

준비된 한국 문화 전도사입니다.

by 현이

5강) 장면을 감정으로 나타내기


이번엔 내 차례야. 안타깝게 수상 기회는 놓쳤지만 미국 유학은 꼭 갈 거야. 내가 아니면 누가 가겠어. 은지는 파인트리 장학재단 연수프로그램 지원 전형을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보았다. 서류 목록이 적힌 종이를 뽑아내는 프린터 소리가 조용한 교실을 울렸다.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경력 증명, 성적 증명 등 제출 서류 목록을 확인하며 완료된 항목에는 체크 표시를 했다. 집중하기 어려운 오후 시간이었지만 뉴욕에 갈 수 있는 연수니까 서류를 꼼꼼하게 챙겨봐야 했다. 영어교육 석사학위가 있고 동료 원어민 교사 Ashley가 추천서를 써 주겠다고 했으니 지원 자격은 충분하다. 교장선생님과 수석 선생님의 추천서까지 제출하면 내가 선정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Tesol 연수를 이수한 뒤 전문성을 갖춘 영어 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영어교사를 희망하는 동료교사들이 많지만 교육청 연수 등의 영어 연수와 실력을 갖춘 사람이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 이번에 연수 대상자가 되면 은지는 실력을 갖춘 영어교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실력을 쌓고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은지는 설레는 맘으로 귀한 연수에 지원하는 과정을 준비하면서 영어 교실을 둘러보았다. 교실 창문에 자유의 여신상 그림이 그려진 블라인드가 드리워져 있다. 내가 드디어 자유의 여신상을 보게 되다니.


온라인 인터뷰 대상자는 2주 후에 알려준다고 했다. 지난주부터 화상영어 수업 시 튜터 원어민과 인터뷰 연습을 하고 있다. 연수 지원동기, 연수를 들으면 수업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연수를 들으며 예상되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화상인터뷰라 원어민 튜터는 키워드를 모니터에 붙여서 갑자기 생각이 안 날 경우를 대비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화상수업 30분 내내 영어로 말하고 그 영상으로 다시 복습했더니 이미 미국에 와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이번 연수는 뉴욕 근처 영어 교육 센터에서 수업을 듣고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한국 문화 수업을 하는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검색하다 발견한 전통놀이 세트도 이미 주문해 두었다. 혹시 품절되면 안 되니까.


2주가 지났다. 날마다 메일함을 확인하다가 드디어 점심시간에 메일을 받았다. 미리 보기에서는 지원해 줘서 고맙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딸깍. 은지는 저도 모르게 숨을 참으며 메일 제목을 클릭했다.


올해는 지원자가 너무 많았고 선발인원은 매우 적었습니다. 선발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서 유감입니다.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앞이 캄캄했다. 미국 초등학생들에게 전통놀이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이번엔 미국 유학 가는 줄 알았는데!! 은지는 어느새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전해 준 초록 창을 내린 뒤 의자에서 일어섰다. 창가에 가서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은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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