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 수업 첫날

9강) 비유법에 대하여

by 현이

드디어 오늘이다. 3년을 기다려온 생명과학부 수업 첫날 들뜬 내 맘을 아는지 가을햇살이 높고 푸른 하늘에서 내리쬐고 있었고 급한 일도 없다. 당장 소아과에 가서 진료를 받거나 치과에 가서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이 안 생겨서 너무 감사한 날이다. 소정이 말로는 수업할 때마다 선생님이 동물을 하나씩 분양해 주신다고 했다. 그럼 수요일마다 나는 한 마리씩 집에 동물을 가져갈 테니 어쩌면 동물들을 위한 커다란 정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사를 갈 수는 없으니 그렇다면 동물을 다 분양받는 것은 무리겠네.


소정아! 오늘 생명 수업 시작하는 날이지?

응. 같이 가자. 지민이 너 엄청 기분 좋아 보인다. 첫날이라 설레는 거야?

당연하지. 첫날은 어떤 동물일까? 빨리 가 보자.


우리는 서둘러 방과 후 수업을 하는 교실로 내려갔다. 아직 수업을 시작하지 않아서 옆 교실에서 수업하던 학생들이 복도에서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며 화장실로 가고 있었다. 생명과학부 교실에는 더러 폰으로 게임을 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참고 있던 수다를 나누거나 친구들과 간단한 장난을 치느라 분주했다. 우리도 햇살이 비쳐오는 창문 옆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선생님께서는 파워포인트 화면이 제대로 나오는지 TV를 점검하고 계셨다. 좀 있으려니 선생님의 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이번 분기에도 선생님과 함께 재미있는 생명과학 공부를 해 봅시다. 선생님 이름은 김지유예요. 여러분처럼 동물에 아주 관심이 많아요. 오늘은 닭의 한살이에 대해 알아보고 수업을 마친 뒤에는 여러분에게 동물을 한 마리씩 분양할 거예요. 어떤 동물인지 기억하나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아이가 손을 들고 대답했다.

“병아리요.”

“맞아요. 혹시 닭이라고 생각했던 친구 있나요?”

“아하하하. 선생님 우리가 어떻게 닭을 키워요!”

몇몇 아이들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박수를 치며 선생님의 질문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냈다.

“닭의 수명은 5년에서 10년으로 자연 상태에서는 오래 살아요. 하지만 식용으로 먹기 위해 양계장에서 키우는 닭은 한 달 정도 살죠. 좁은 환경에서 살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고 충분히 자라기 전에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잡아서 시장에 파니까 수명이 짧아요. 직접 키우면 여러분이 사랑을 좀 더 주겠지만 사료 준비나 위생 관리 문제가 있어서 집에서 키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TV 화면에 보이는 토종닭의 모습과 양계장 닭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아이들은 선생님의 설명에 집중했다.

“선생님! 그럼 병아리는 얼마나 살아요?”

“병아리는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면 닭이 됩니다. 달걀이 병아리로 부화할 때까지는 20일이 걸리죠.”

“병아리 키워 본 친구 있나요?”

“저요, 저요.”


병아리를 키운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신이 나서 손을 들었다가 내린 뒤 짝꿍에게 경험담을 얘기하느라 바빴다. 재잘대는 동생뻘의 학생들을 보니 작은 몸을 움직이며 삐약거리는 병아리와 닮은 것도 같다. 난 병아리 대신 키워 보고 싶은 동물이 있다. 알을 먹는 동물이 아니라 내가 잘 키울 수 있는 동물이다. 엄마한테 허락도 받았다.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을 순간을 생각하니 생명과학 첫 시간부터 가슴이 쿵쾅거린다.


“오늘은 병아리를 분양해 줄게요. 부모님께 허락받은 사람만 분양받을 수 있어요. 혹시 부모님이 안 된다고 하시면 다음 주 수업 때 다시 데리고 와야 합니다.”


삐약대는 병아리들이 상자에 열댓 마리 들어있었다. 희고 노란 털을 달고 종이 상자 안쪽 바닥에서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귀여웠다. 부리를 움직이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삐약삐약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키우면 잘 자랄 수 있을까. 엄마한테 한 번 졸라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20일 정도만 키우면 되는데.


나는 지금까지 병아리는 키워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키워 보고 싶지는 않다. 날마다 간식으로 삶은 계란을 먹으면서 어떻게 병아리를 키울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내가 키우고 싶은 동물은 따로 있다. 엄마와 약속한 그 동물 말이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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