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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Mar 14. 2024

Ep 1. 여고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   

W여고의 민낯

앗싸!  

W여고 배정됐다!   

예스!!   


  집 근처에 있는 W여고에 지원했는데 다행히 배정되었다. 고등학교 배정은 컴퓨터 추첨이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같이 학원 다니는 친구들은 다른 학교에 가게 되었다.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엄마는 농담인 듯 진담인 듯 나중에 대학 갈 때 같이 가라고 한다. 서울대. 아직까지는 엄마의 꿈같은 희망사항이다. 


  체크치마에 남색재킷이라 근처 학교 중에서 교복이 젤루 예쁘다. 후훗. 중학교 시절 엄마는 출근길에 뒤늦게 아침을 먹고 있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우리 교복모델!  오늘도 학교 잘 다녀와. 모델이 앉아 있으니 아주 주방이 훤하네. 



  다음 날은 비포스쿨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아이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았고 우리는 임시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오. 잘생긴 남자 선생님.

올해 내가 운이 좋은지 즐거운 일이 계속 생긴다. 


W여고에 대해 질문 있나요?


학생 : 선생님, 화장실에 휴지가 없어요.


학생들이 휴지를 뜯어서 장난치는 일이 많아서 화장실 청소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화장실에 휴지를 없앴습니다.


학생: 네? 아, 네.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잠시 이어졌다. 선생님은 모른 척하시는 건지 다음 질문에 답변을 하시며 화제를 돌리셨다.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니.


아이들의 황당해하는 눈빛을 보시지 못한 걸까. 휴지가 없는 화장실은 지하철 화장실 밖에 없는데. 

화장실 사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건 태국에서 경험한 적이 있다. 거기서는 20바트, 원화로 환산하면 약 700원 정도를 내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곳 화장실에 휴지가 없었다. 


W중학교에서 경험했던 기이한 사건이 문득 떠올랐다. 몇 년 전 가을 축제 기간에 축제를 홍보하는 포스터 만들기 활동을 했다. 음악 선생님은 학생들의 작품들을 학교 게시판에 전시해 두셨다. 좋아하는 가요 구절을 활용해 포스터를 꾸몄는데 선생님도 맘에 드셨는지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올해 학생들이 아주 창의력이 뛰어나구나. 여러분 포스터를 보니 선생님이 아주 뿌듯하네요.


아이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포스터 작품들을 보고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구나 하면서 쉬는 시간마다 한참을 들여다봤다. 


며칠 뒤 


등교하는데 게시판을 보니 우리가 정성스레 만들었던 포스터가 없다. 대신 전형적인 가을 시가 쓰인 포스터가 보였다. 소문에 따르면 교장 선생님이 건전한 학교 문화 정착을 위해 우리의 생기발랄한 포스터를 다 떼라고 하셨단다.



개학하면 휴지가 있겠지?

설마 남고도 아니고 여고 화장실에 휴지가 없겠어. 

태국 화장실도 아니고. 여긴 태국보다 물가도 훨씬 비싼데 말이야.

W여고라서 어째 싸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일단은 믿어보자. 


얼른 가방 사러 가야겠다. 두낫****. 품절되기 전에 얼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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