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그녀의 사회생활
14시간 동안 수다 떨기
어? 진영이다!
"그렇네. 진영이는 친구들과 같이 교복 짧게 입기로 했구나. 소정이도 친구들이랑 아침에 같이 걸어가면 어때? "
윽. 안 돼. 엄마! 14시간 동안 수다 떠는 게 얼마나 힘든데. 계속 얘기 들어줘야 한다고.
" 가끔씩 맞장구쳐 주고. 집중할 얘기는 집중하고. 그러면 되지. "
여고에서 사회생활하려면 쉬는 시간마다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등교할 때는 좀 편하게 가자.
무릎을 덮어야 한다는 교복 규정 따위는 무시하고 깡충 올라간 교복 치미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 마디 덧붙일까 했지만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이 순간에 집중하기로 했다. 드라이브하며 듣는 모닝쏭은 언제나 달콤하다. BTOB의 봄날은 간다. 아이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짧은 시간 동안 앞머리를 그루프로 고정하고 거울을 꺼내 자꾸만 들여다본다.
첫 주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달라진 거라곤 가정통신문 제출은 끝나가고 과제 확인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주부터는 야간 자율학습을 시작하니 평일 평균 귀가시간이 9시다. 밤이 되면 아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늘어놓으며 공감을 원하는 눈빛을 보낸다. 워킹맘은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아침형 워킹맘도 예외일 수 없다.
"소정아! 불 끄고 자야지."
어. 응....
오늘 새벽에 잠이 깨어 거실에 나와보니 아이의 방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잠결에도 대답하다니. 대한민국 고등학생은 놀랍군.
잠시 뒤.
엄마! 어제 나 깨웠어? 어제 그냥 잤어!!
"뭐? 엄마가 깨운 뒤에 안 일어나고 지금까지 잔 거야? 어떡하니! 일단 머리부터 감아야겠다. 새벽 4시니까 얼른 씻고 학원숙제도 하고! "
어제가 영재반 신청서 마감일이라 엊그제는 새벽에 잤다. 엄마 노릇하느라 어제는 새벽에 일어나 프린트하고 이것저것 챙겨주었다. 어찌나 피곤하던지 초저녁부터 잠이 들어 오늘은 새벽에 눈이 떠졌다.
오늘은 고등학교에 상담하러 가는 날. 인문계 고교다 보니 아무래도 입시 관련 질문을 주로 할 것 같다. 첫 모의고사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물어봐야겠고. 화장실 이야기도 꺼내야 하는데. 첫 상담에서 불평 학부모 이미지를 남기고 싶지는 않다. 예의를 갖춰서 질문하면 되겠지?
갑자기 띠뜻해진 날씨에 오후가 되니 봄보다는 여름의 기운이 살짝 느껴진다. 1학년 교무실 표지판을 확인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기다란 복도 왼쪽에 교무실 표지판이 보인다. 파란색 스웨터를 입은 남자 선생님이 아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계셨다. 교무실 입구가 어딘지 몰라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다가와서 물어본다.
혹시 상담하러 오셨나요?
" 네. 1학년 0반 학부모예요. "
아, 소정이 어머니! 제가 0반 담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