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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Mar 29. 2024

영어교과서에 영어가 없다

영어책인가 그림책인가

초등 아이들의 올해 영어학습 목표


  신학기가 되어 학생들이 올 한 해 영어 학습 목표를 정해 보았다. 제출한 학습 목표를 보니 단어 외우기, 시험 100점 맞기, 알파벳 외우기 등 학습 수준에 따라 목표가 다양하다. 그래도 3월이니만큼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마음은 공통으로 담겨 있다. 게시판을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이 수업하러 오기 전에 교실을 둘러보다가 한 번 더 게시판에 가서 영어학습 목표를 읽어보게 된다. 가까이 다가서면 아이들은 없지만 재잘대는 목소리가 들릴 듯하다.


  20년이 넘는 교직 경력 중에서 8년째 영어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는 담임 선생님보다는 흥미 있는 영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싶어 선택한 길이다. 동학년 단위로 운영되는 학교 체계상 약간의 소외감이 들기도 하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을 즐기는 성격이라 만족하고 있으며 몇 년째 영어 가르치는 재미에 푹 빠졌다. Tesol 자격증을 따고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도 취득했다. 하지만 초등영어에는 8년 차 영어교사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초등학교 영어 교과서에는 그림이 대부분이다. 대화 영상을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지만 학생들이 가장 많이 보는 교과서에는 단원의 주요 표현을 활용한 대화 스크립트가 없다. 3학년 1학기에는 알파벳을 중점 지도하는 기간이라 짧은 단어조차도 없이 그림만 있다. 몇 년째 보는 교과서지만 볼 때마다 예산 낭비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중학교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알파벳도 우지 않고 왔다며 활동 위주의 초등 영어교육을 비판하는 의견이 분분하다.


  중학교 영어교과서를 보면 초등 교과서보다 여러 개의 문장을 활용하기 때문에 초등영어와 비교했을 때 난이도 차이가 크다. 중학교부터 이어지는 줄 세우기 평가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해 대부분 학생들은 영어 선행학습을 한다. 하지만 몇 십만 원씩 하는 학원비는 분명 부담이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자녀가 두 명 이상인 경우는 백단위로 학원비를 지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원에 가지 않고도 수능 시험을 보고 영어회화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핀란드 등 영어를 제2 언어로 사용하는 국가들을 보면 TV매체 등에서 영어자막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는 환경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영어를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영어 시간에만 봐서는 영어 실력을 쌓기 어렵다. 자주 보고 또 보고. 친해져야 한다.  


   초등학생들이 자주 보는 영어 교과서에도 교과서 지문을 실었으면 한다. 그러면 궁금한 표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학생들이 영어 문장을 보는 기회도 많아진다. 수능 영어영역의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는 상황에서 말하기 위주의 수업이라 지도서에만 영어 표현을 싣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아 영어교육 사업이 활발한 상황에서 영어 없는 그림책은 이제 달라졌으면 한다.

중1 천재교육 영어교과서 지문

                                           

중1 천재교육 영어교과서 스크립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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