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요청하는 법
1학년 입학식을 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3월에는 학교 활동을 계획하느라 한 해 중 가장 바쁘다. 쉬는 시간에 영어실과 교사 연구실을 오가며 복사와 프린트를 해치우고 있었다. 그때 1학년 여자 아이 둘이 다가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떤 오빠가 정수기에 입 대고 물 마셨어요! "
" 그래? 몇 학년이었어?"
"잘 모르겠어요. 물 마시고 저쪽 계단으로 올라갔어요."
"그럼 3학년인가? 알겠어."
컬러 인쇄를 마치고 교실로 들어가려는 데 두 아이가 다시 왔다.
"어떤 오빠가 입 대고 물 마셨어요!"
오잉. 아까 말했는데. 왜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거지? 내가 안 한 말이 뭘까? 아. 공감을 안 해줬구나.
" 그래 속상했겠다. 오빠가 규칙도 안 지키다니. 혼나야겠네."
그리고는 다시 복사를 하러 연구실로 향했다. 잠시 후 작업을 마치고 영어실에 돌아오는데 다시 아이들이 왔다.
" 어떤 오빠가 입 대고 물 마셨어요!"
"그래. 잠깐만 있어 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티슈로 정수물이 나오는 수전 주위를 닦았다.
"이제 됐다."
"와. 이제 물 받자."
아이들이 원하는 게 수전 주위를 물티슈로 닦는 거였다니. 뜻밖이었다.
아직 1학년이라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잘 모르거나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는 것을 주저하는 아이들이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사실을 말하기만 해도 엄마처럼 다 알아서 처리해 주었을 수도 있다. 그러면 굳이 물티슈로 닦고 싶어요. 물티슈를 빌려주세요. 물티슈로 닦아 주세요.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선생님이니 학생들이 조리 있게 말할 수 있게 질문을 던져 봐야겠다.
" 그런 일이 있었구나. 선생님이 어떻게 도와줄까?"
" 몇 반이니? 담임 선생님이랑 얘기해 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