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을 먹고 지하철표를 챙겨서 빨래방으로 향했다. 뽀송한 옷을 입을 생각을 하니 쌀쌀한 아침공기도 포근하게 다가온다. 아침을 맞는 거리 곳곳에는 크리스마스부터 1월 첫째 주까지 이어지는 신년 분위기가 물씬 났다. 휴가를 즐기는 바르셀로나 시민이 되어 산뜻한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빨래방 앞이다.
pans 카페에서 동전을 교환한 뒤 세탁이 다 되기를 기다렸다. 대학가 근처라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면서 빵과 음료를 사서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우리는 빠에야 쿠킹클래스 일정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세탁물을 챙겼다.
보케리아 시장 근처에서 운영하는 빠에야 쿠킹 클래스를 신청해 뒀다. 주소만 보고 찾아가려니 길이 여러 갈래라 시간이 좀 걸렸다. 다행히 셰프를 만나 보케리아 시장으로 향했다.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 과일이 가득한 시장에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도 많이 보였다. 셰프는 빠에야에 필요한 재료를 사고 우리를 비롯한 쿠킹클래스 신청자들은 좀 더 시장을 둘러보았다.
엄마, 과일 좀 봐. 진짜 신선하고 종류별로 다 있어. 내일은 포르투갈로 가는데 너무 아쉬워요.
그래. 메르카도나(호텔 근처 체인형 마트) 보다 더 싼 것 같아. 다음번에는 보케리아 근처에 숙소 잡아서 해산물도 실컷 먹자.
셰프는 요리 시작 전에 참가자들에게 음료를 줬다. 유리잔에 담긴 빛깔 좋은 와인이 있길래 마셔보니 적당히 달콤하면서 와인향이 목과 코로 전해졌다. 목이 마르던 차에 몇 모금 마시니 기분이 좋았다. 아이도 조금 마셔 보았다. 나보다 조금 더.
빠에야는 원래 얕고 둥글며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팬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스페인 지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발렌시아에서는 빠에야가 축제 때 빠지지 않고 식탁에 올리는 음식이다. 15세기부터 발렌시아 주민들은 쌀을 주식으로 먹었다. 20세기 이후에는 스페인 전역으로 빠에야가 퍼져 나갔다. 빠에야의 색은 마치 고춧가루를 넣은 듯 주황색을 띤다. 이것은 파프리카 가루와 사프란을 향신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치앙마이 쿠킹클래스와 달리 빠에야 쿠킹클래스는 체험 시간이 짧았다. 해산물 손질을 잠시 하고 나머지는 셰프가 다 했다. 설명하면서 해산물과 채소를 볶고 물을 부어서 쌀을 볶았다. 마지막에 해산물을 멋지게 올리고는 팬에 밥을 살짝 눌어붙게 만들어 소카라트(누룽지)를 만들었다. 신선한 왕새우와 함께 금테를 두른 하얀 접시에 그림처럼 담아주었다.
맛은.
조금 짰다.
그리고 아쉬웠다. 태국에서 카레파우더를 만들기 위해 재료갈기 선착순 대결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뜨거운 햇살 아래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바쁘게 움직이며 요리를 했다 그땐 반나절에 요리 5개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셰프의 요리쇼를 보는 느낌이었다. 환불해 달라고 우겨대고 싶었다. 하지만 캄프뉴 예약 시간이 다가와서 서둘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