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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Oct 01. 2024

Ep 8. 마음을 수련할 수 있는 성지 - 몬세라트

몬세라트 수도원

   밤늦게까지 동방박사 퍼레이드를 관람하고 다음날 몬세라트 투어에 참여하려고 새벽부터 서둘렀다. 스페인 교통패스 뒤로 밝아오는 에스파냐 광장이 눈에 들어온다. 


   " 한국 관광객분들은 국내에서도 계속 바쁘게 지내다가 멀리 유럽까지 와서 이렇게 아침부터 바쁘게 여행을 다니시는 편이에요. 쉬려고 여행 왔다가 여행 마치고 피곤해서 다시 휴가를 내야 할 지경입니다. "


   가이드의 우스개 소리에 이른 시간이지만 다들 박수를 치고 웃으며 적극적인 동의를 표시했다. 물론 나도 그 바쁜 여행객 중에 하나다.  버스로 1시간 넘게 달리니 높은 산들이 보였다. 조금 있으려니 몬세라트 수도원에 도착했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11세기에 건립되어 나폴레옹 전쟁시 파괴되었다가 20세기에 다시 건축되었다. 예루살렘, 로마, 산티아고와 함께 세계 4대 기독교성지로 이름이 나 있어서 매년 300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삐죽삐죽한 높은 산에 둘러싸인 이 수도원에서 기도하면 예수님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천사들이 내려와 춤을 춘 동굴에서 얼마 뒤 검은 성모 마리아상이 발견되어 주변에 수도원을 건립하게 되었다. 세계 각지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기도하러 몬세라트 수도원을 방문하고 이곳에서 숙박을 하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소년 합창단인 에스콜라니아 성가대도 있어서 공연 시간을 맞춰서 가면 소년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일행과 함께 가이드를 따라 수도자들이 머무는 숙소, 까페, 기념품가게를 지나 베네딕트 성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조르디 부조상을 봤다. 가우디의 제자이며 파밀리아 성당의 <수난의 문>을 만든 수라비치의 작품이다. 수호 성인 조르디는 가우디 건축물뿐만 아니라 바르셀로나 건축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성당 앞 바닥에 있는 둥근 장식 가운데에 동그라미가 있었다. 그 안에 서서 성당 입구 외벽에 있는 12제자 조각상을 향해 손을 들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나도 소원을 말했다. 이루어져라.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설계할 때 몬세라트 수도원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성당 외벽의 섬세한 조각상과 아름다운 색을 담은 내벽의 스테인드 글라스, 우아한 제단 장식 등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유사한 장식이 있어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천재는 99퍼센트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말도 떠올랐다. 가우디는 끝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천재였던 것이다.


    검은 마리아상의 손에 내 손을 얹고 다시 한 번 기도했다. 치유가 되고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그 믿음이 꼭 이루어졌으면 한다. 성당을 나오는 길에 보니 소원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색색의 불을 밝힌 많은 촛불들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을 비롯해 가족과 지인들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도하는 따스한 마음이 느껴졌다. 모두들 소원 성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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