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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Oct 01. 2024

Ep 7.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연휴는 12월 24일부터 시작해 1월 6일까지 계속된다.  1월 5일에 동방박사가 요셉과 마리아를 찾아가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며 황금, 유향, 몰약을 선물로 바쳤다.  그래서 스페인을 비롯해 남미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선물을 받는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아이들은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자기 전에  소원을 적은 편지, 낙타를 위한 풀과 물, 선물을 담을 양말을 문 앞에 둔다.  동방박사는 착한 행동을 한 아이에게는 선물을 주지만 나쁜 행동을 한 아이에게는 석탄을 준다.  석탄 모양의 사탕(카르본 돌세. carbon dolce)을 팔기도 하는데 모양은 석탄이지만 달콤한 사탕이다.  


  동방박사의 날(레에스 마고스, Reyes Magos)을 기념해 바르셀로나에서는 5일 저녁에 대규모의 퍼레이드를 한다. 동방박사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배나 헬기를 타고 오기도 한다. 퍼레이드를 구경하러 온 아이들에게 엄청난 양의 사탕을 뿌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퍼레이드 관광 인파가 100만 명 정도 모인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당하다. 


  바르셀로네타 비치에 들른 날 호텔에서 쉬다가 저녁에 퍼레이드를 보러 갔다. 호텔을 나서는데 멀리서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들렸다. 바르셀로나에 다시 올 날을 기약할 수 없기에 우리는 소리가 나는 에스파냐 광장 쪽으로 달려갔다. 에버랜드 퍼레이드만큼 조명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형태의 분장을 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차에 서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춤을 추거나 사탕을 던지는 사람들을 비롯해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행렬이 이어졌다. 경찰들도 나와서 안전한 행사 진행을 위해 애쓰고 있었고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았지만 모두 질서를 지켜 안전하게 퍼레이드를 볼 수 있었다. 흥겨운 음악과 환호성, 비눗방울과 수천 개의 색종이 조각들이 어우러져 축제 분위기를 한껏 높였다. 


   돌아오는 길에 빵집에 전시된 스페인의 전통 케이크인 로스콘 데 레에스(Roscon de Reyes)를 보며 구입여부를 고민했다. 먹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일정이 빠듯해 대부분 버릴 것 같았다. 왕의 반지라고 부르는 이 빵은 가운데가 비어있어 그 안에 크림과 피규어, 콩이 들어있다. 위에는 왕관장식과 체리 등의 당절임 과일로 장식한다. 케이크를 먹다가 피규어를 얻으면 그 해 축복을 받는다. 반면 피규어를 깨뜨리는 사람에게는 불운이 따른다. 콩을 먹는 사람은 케이크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여유 있게 가족과 긴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고 전통을 이어가는 스페인 사람들을 보며 우리 한국의 전통문화도 꾸준히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고 휴식 시간을 가지며 새해를 준비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개인의 삶이 중요시되는 현대사회이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시간은 우리의 전통을 살려서 이웃을 돌보고 가족과 소통하는 기회로 삼아보면 어떨까. 우리의 설날도 세계 속의 한국 문화로 자기 매김 할 수 있도록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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