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시 만나는 순간
집과 학교를 오가는 생활을 20년째 하고 있다. 워킹맘으로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내게는 주요한 과제이고 교사로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수업을 할 때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올해 3월 브런치 작가가 된 후에는 주요한 일과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글을 쓰는 일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내 생각이 담긴 글을 올리는 것이 쑥스러웠다. 칼럼니스트나 소설가처럼 멋들어지게 쓰지 못하니 읽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동안 읽었던 술술 읽히지 않고 덜컹거리는 글들을 떠올려 봐라. 이런 걱정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서랍 속 일기장에 쓰는 것과 달리 브런치에 작가로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작가라는 정체성을 심어주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 책을 읽은 뒤에 블로그에 하나씩 서평을 쓰는 것으로 공개 글쓰기를 시작했다. 내 글의 조회수를 확인하러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고 조회 수가 높은 글과 낮은 글을 비교하며 그 이유를 따져보던 그 시간들은 내 글쓰기를 단단하게 세워주었다.
초보 브런치 작가를 넘어서서 출간을 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다시 책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