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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Mar 05. 2024

에밀리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현대사상입문>

  <에밀리, 파리에 가다> 4편이 올해 말 방영될 예정이다. 명품 홍보 회사에 다니는 에밀리는 파리에서 1년 동안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며 좌충우돌 직장생활을 하고 주변의 남자들과는 온갖 염문을 뿌리고 다닌다. 처음 파리에 왔을 때는 퇴근 후에도 일에 대해 고민하던 에밀리가 왜 180도 달라졌을까.


   <현대 사상 입문>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를 중심으로 프랑스에서 전개된 포스트 구조주의 철학에 대한 일본 전문가의 설명을 담은 책이다. 직장 상사 실비와 동료 직원들은 일만 하는 에밀리를 처음에는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회사에서 똑 부러지게 일하고 외모까지 출중한 후배 직원이 있다면 누구나 질투와 경쟁심을 느낄 것이다. 게다가 패션의 도시 파리에서 명품 홍보 회사 직원으로 일하면서 프랑스어를 못하다 보니 직장 내에서는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 긴 식사시간 동안 자신의 생각을 즐겨 말하는 프랑스인들에게 프랑스어를 익히지 않은 미국인 동료는 준비가 안 된 침입자 느낌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자유연애를 추구하는 프랑스인들의 눈에는 에밀리가 고지식한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의 이러한 자유로운 사고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프랑스에서 시작한 현대사상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책에서는 데리다, 들뢰즈, 푸코를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철학자들은 두 개의 개념이 있을 때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보다는 두 개념이 서로 의존하거나 제3의 개념을 제시하는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데리다가 주장한 개념의 탈구축을 의대정원을 늘리는 시사이슈와 관련지어 보았다. 의사들의 급여는 맡은 과에 따라 차이가 크다. 환자도 의사도 만족할 수 있는 의료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의사도 월급제로 하고 공공의료의 범위를 확대해 과잉진료를 막으면 의료계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성형외과 의사의 지인들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성형 수술을 꺼린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고 있다. 의사는 장사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의사들이 직업적 양심에 따라 직접 진실을 밝혀야 한다. 


     들뢰즈는 정신분석의 한계를 지적하며 자신의 인생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욕망연표>를 작성할 것을 추천한다. 정신분석은 불안의 근원을 어린 시절 가족 관계에서 찾으며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한 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심리치료 방식이다. 현대인의 삶은 가족 관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니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가능성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삶을 통찰하는 눈을 키우기 위해 철학서를 읽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번에도 삶에 적용시켜 보았다.  시험 성적에 신경 쓰면서도 순정만화를 빌려 읽고 가족 및 친구들과의 관계를 의미 있게 생각하던 여고생은 교사가 되었다.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면 좀 더 부유하게 살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사춘기 시절에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는 즐거움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고민 끝에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지금까지 내 인생의 리좀은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브레인라이팅을 하면서 작가로서 나아갈 방향을 찬찬히 고민해 봐야겠다. 모든 것은 연결되지만 동시에 무관할 수 있다는 리좀은 브런치스토리와 많이 닮았다. 브런치의 글은 동일한 브런치 사이트에 올라와 있지만 그 내용은 각자의 개성을 그대로 담아낸다. 그래서 브런치가 글쓰기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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