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올해는 3월 1일이 금요일이라서 3월 4일에 입학식을 했다. 어릴 적 옷핀으로 왼쪽 가슴에 손수건 고정하고 교실에 서 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한 데 이제 나는 학생이 아닌 교사로 강당에 있다. 10시가 되려면 30분도 더 남았는데 밖에서 1학년 몇 반인지 확인하고 강당에 들어온 신입생들이 몇몇 보인다. 설레는 마음에 부모님을 졸라서 일찍 온 듯하다. 딸아이도 7살 때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학교 빨리 가고 싶어. "
"학교 가면 숙제해야 하는데?"
"숙제도 해 보고 싶어. 공부 많이 할 거야. 그리고 8살 되면 태권도 학원도 갈 수 있잖아."
유치원 시절에는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인지 학교에 입학하는 걸 설레며 기다리곤 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입학은 두렵다고 한다. 7시 50분에 시작해서 10시에 끝나는 고등학교 생활. 나도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분명히 망설여질 것 같다. 다시 많은 기회의 시간들을 겪는 건 설레는 일이지만 네모난 교실에서 시험에 메여 있는 건 힘든 일이다. 1학년부터 차근차근 채워나가야 한다는 생기부까지 추가되었으니 아이의 어깨가 무거운 것은 당연하다.
"고등학교 첫날 잘 보내고 와."
작은 손으로 목걸이 명찰을 들고 목에 거는 1학년 신입생들을 보니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10시가 되어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국민의례, 묵념, 교장 선생님의 입학 허가 선언 및 그림책 읽어주기 시간, 담임 선생님 소개, 중창단 축하공연.
"알집, 알씨, 알 PDF 등은 사용할 수 없는 외부 프로그램입니다. 반디집 등 허가된 프로그램을 사용하셔야 합니다."
"부모동행 신청서는 3일 전에 제출해야 하며 누적된 신청일수도 확인해서 기한을 넘지 않도록 해 주세요."
"다문화 학생의 70%는 베트남 출신이며 본교의 다문화 학생 비율은 20%가 넘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시업식 기념으로 준비해 주신 떡이 있어 다행이다. 한없이 이어지는 회의를 끝내고 교실에 돌아왔다. 오늘은 퇴근 후 제본소에 가야 한다. 제본소 위치를 찾으려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메일이 와 있었다.
" 아!!! 이거 진짜야? 내가 작가라고? "
3월 첫날의 피로로 어깨가 바닥까지 내려앉은 느낌이었는데 갑자기 온몸에서 숨겨져 있었던 힘이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광고 아니지? 내가 작가 된 거 맞지?
올해 가기 전에 브런치 작가로 만들어 주겠다는 알레 작가님의 긍정 예언이 이렇게 빨리 실현이 되다니. 화살처럼 꽂히는 글을 쓰라는 조언을 듣고 목차를 조금 다듬었을 뿐인데. 영글음 작가님 보고 계시나요? 스테르담 작가님의 글을 보고 브런치 작가의 매력에 빠졌고 브런치 작가님들과 함께 하는 글루틴 모임에 참여하면서 2월 한 달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 작가님들과 함께 하다 보니 어느새 나의 글쓰기 실력이 나아지고 이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님들, 글쓰기 모임 회원분들 그리고 저의 글쓰기를 지지해 준 독서모임 회원분들, 마지막으로 제가 글을 쓸 수 있게 영감을 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직 대박 작가는 아니지만 바라던 브런치 작가의 꿈을 이룬 이 순간은 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값진 경험이다.
" 브런치 작가입니다! "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끌어내리며 크게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를 줄여가며 교실 문을 닫았다. 원어민 선생님은 이미 퇴근했지만 혼자서 신나게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여기는 학교가 아닌가.
제본을 맡기러 가는 길에 이것저것 브런치 작가로서 나의 활동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그 좋던 드라이브 음악도 들을 필요가 없었다. 내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흥과 머릿속에 꽉 찬 미래의 계획으로 이미 차 안은 축제장이었다. 그렇게 브런치와 함께 하는 100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