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발표한 국회입법조사처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 활성화 및 제도 유연성 확보 방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의 긍정적인 면은 노동시장에서 성불평등을 해소하고 여성이 노동 시장에 복귀하는 것을 돕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남성이 아닌 여성을 위한 육아휴직이라는 어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반면 2023년 스웨덴 스톡홀름대학 연구진은 <육아휴직을 사용한 아버지들의 정신 건강 연구>에서 이민자를 포함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아버지들이 알코올 남용 등 위험 행동 빈도 수가 낮았고 정신질환에 걸리는 수도 적었음을 발표하였다. 연구진들 역시 스웨덴의 가족 정책을 지지하며 건강한 부모가 건강한 사회와 노동자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친가족 정책을 펼친 결과 스웨덴의 출산율은 1.6으로 한국의 두 배가 넘는다.
워킹맘은 집으로 출근한다.
살림엔 끝이 없다. 워킹맘은 집으로 출근하다는 말처럼 주변의 워킹맘을 돌아보면 육아를 포함해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인크루트는 온라인 설문조사 기관인 두잇서베이와 함께 <맞벌이 부부의 가사분담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기혼남녀 12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누가 더 집안일을 많이 하는지 묻는 질문에 남성 응답자의 65%가 배우자가 더 많이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여성 응답자의 경우 84%가 본인이 많이 한다고 답했다. 남성의 가사노동은 주로 제품 및 집수리, 쓰레기 분류배출, 청소 순이었고 여성은 식사 준비, 세탁 및 설거지, 장보기 순이었다. 가사 분담 불균형으로 생기는 스트레스 유무를 묻는 질문도 실시했다. 남성 응답자의 29.3%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반면 여성 응답자는 64.2%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절반이 넘는 워킹맘들이 가사 분담의 불균형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안일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날마다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다. 어릴 적 어머니의 하루를 떠올려보면 집안일, 그 세 글자에 들어가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세 끼 식사 준비에 아이의 학년이 올라가면서 새롭게 배우는 학습 정보 및 입소문난 학원 검색 , 학교 및 학원 상담, 친구 관계 및 고민 상담 등 요리와 육아는 하루도 건너뛸 수 없는 일이다. 그 외 빨래, 청소, 정리 등의 일 역시 주기적으로 해내지 않으면 가족들은 불편한 생활을 하게 된다.
요즘 쿠팡 및 여러 배달업체들이 생겨나서 식사 준비에 대한 부담은 조금 줄어들었다. 매달 쓰는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다면 대부분 가격을 확인하고 소비가 타당한지 점검해 보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동네 반찬 가게나 밀키트를 활용한다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두 끼 정도를 손쉽게 준비할 수도 있다. 밀키트의 레시피대로 따라할 경우 금세 식당에서 맛보는 차돌 된장찌개, 밀푀유나베 등이 뚝딱 완성된다. 요리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라면 밀키트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언제부터 요리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되었을까. <요리하는 조선 남자>를 보면 실학자 박지원이 아들에게 쓴 편지가 소개되어 있다.
이전에 보낸 쇠고기 장볶이는 받아서 아침저녁으로 먹고 있니? …… 고추장은 내가 직접 담근 거다. 맛이 좋은지 어떤지 자세히 말해 주면 앞으로도 계속 보낼지 말지 결정하겠다.
고추장을 받고 아무런 답이 없는 아들에게 이번에는 소고기 고추장 볶음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 번 고추장에 대한 리뷰를 듣고 싶다는 맘을 담아 편지도 썼다. 박지원은 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 재혼하지 않고 두 아들을 알뜰하게 챙겼다. 박지원의 아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손수 고추장을 담가 주는 아버지가 있으니 그 아들들은 사랑을 듬뿍 받고 컸음이 분명하다. 설령 아버지의 장맛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아버지가 베풀어 주신 따스한 마음은 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다. 중요한 자리에는 늘 정성이 담긴 요리가 있다. 가족과 같이 요리해서 나눠 먹으면 소중한 추억이 쌓이고 공통 관심사가 생겨 대화 소재도 풍성해진다. 화려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그 음식만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나 추억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가족의 전통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이다. 유난히 삼겹살 구이를 좋아하시던 아버지는 늘 쿠킹호일을 깔고 주말에 삼겹살을 구우셨다. 타지 않게 적절한 타이밍에 고기를 뒤집으시며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한민국에서 삼겹살을 제일 잘 굽는 사람이다, 내가.”
돼지 목살을 구울 때면 늘 아버지 생각이 난다. 더불어 고개를 태우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래서일까 주말에는 K-바베큐 파티를 하며 가족시간을 즐겨야 제대로 보낸 것 같다.
함께 사는 집인데 집안일이 한 사람의 몫이라면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하루에 30분씩 가족 구성원 모두 집안일을 함께 하면 어떨까. 적어도 주말에는 다같이 분담하며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써 역할을 다해 보자. 가정에서 시작된 공평한 분담은 남성 위주의 사회 문화를 개선하고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농사짓고 고추장까지 담궜던 조선의 실학자들 - 요리하는 조선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