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세계 여성의 날에 동아제약 신입사원 면접을 담당한 인사팀장의 성차별적 발언이 뉴스에 소개되어 비판을 받았다. 인사팀장이 여자들은 군대를 안 갔다 왔으니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해당 팀장은 보직 해임되고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마침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타임지에 올해 100권의 책으로 선정된 날이었다. 이후 동아제약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약품 목록 파일이 인터넷에 유행할 정도로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럼 이후 직장내 성차별 인식은 개선이 되었을까.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은 여성의 노동 시장 진출을 연구한 하버드대 골딘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후 남녀 간 임금 격차 문제는 세계적인 쟁점이 되었고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1년 남녀임금 격차는 한국이 31.1%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OECD 38개 국 평균인 11.9%의 세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골딘 교수는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 기업 문화가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OECD 국가 중 한국에서 두드러진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노력으로 차별을 해소했는지 살펴보자.
2월 6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 할례 철폐의 날이다. 여성 할례는 의료행위와 상관없이 문화적 관습이라는 이유로 여성의 생식기 일부를 절제해 손상을 입히는 행위를 뜻하는 말이다. UN 등의 국제 기구에서 일하는 여성이 많아졌고 여성 할례를 철폐하기 위해 전세계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몰디브를 포함해 총 31개국에서 여전히 여성 할례를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유럽, 라틴 아메리카, 동남아 및 중동 20개 이상의 국가들과 서유럽, 호주 및 북미의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도 일어나고 있지만 정확한 수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누구도 멈출 수 없다>에서 멀린다 게이츠는 공동체 의식을 갖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평등을 지키려면 다양한 집단 출신이 모여서 함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집단도 자신의 이익을 다른 집단에 의지해서 보호받을 수는 없다. 여성들도 스스로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인도의 부족들은 여성 할례의 나쁜 전통을 없애기 위해 토론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여성 할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금기하는 전통을 따르느라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냈고 치열한 토론을 벌인 뒤 여성 할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성차별 외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은 외국인에 대한 것이다. 고려해 볼 수 있는 저출산 대책 중 하나는 다문화 가정인 중도입국 가정, 외국인 가정의 이민을 허용하는 것이다. 2012년 이후 해마다 다문화 학생 수 역시 13%씩 증가하고 있다. 2023년에는 18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2027년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전체 인구의 10%인 5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해마다 증가하는 외국인 수에 비해 시민 의식은 더디게 변하고 있다. 길을 묻는 외국인이 백인일 경우 사람들은 길을 알려주려고 끝까지 노력한 반면 동남아인일 경우 무시하고 가던 길을 가는 실험 영상이 공개되었다. 인종에 대한 편견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례였다.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문화는 오랜 시간 동안 해당 지역에서 사람들끼리 관계를 맺으며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총체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다수의 경험에 바탕을 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의 두려움, 고민, 갈등하던 사람들의 경험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며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통찰력을 배우게 된다. 그것이 진정한 다문화 교육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의 쌀국수에 대해 공부할 때 단순히 음식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추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서 쌀국수가 보편화 되었는지, 벼를 3모작 할 수 있는 노동력은 어떻게 구했는지 등 폭넓은 학습을 할 수 있다.
19세기 말 영문학분야의 모더니즘과 페미니즘을 개척한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극단적인 페미니즘이 아닌 남녀 모두가 구원 받는 유토피아를 추구했다. 인간 모두가 평등하게 해방되야 여성도 해방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처럼 우리 사회 전반에 차별과 편견보다는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어 한 걸음 성장하기를 바래본다.
공동체 의식을 갖춘 사회로 나아가기 - 누구도 멈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