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소득으로는 아니구요. 고전 <일리아스> 독서 모임을 마친 뒤 상위 0.1%의 지성인이라는 인증을 받았습니다. 수능처럼 성적표를 받은 건 아니지만 고등학교 전 수석 교사이신 멘토 선생님께서 독서모임 회원 선생님들께 인증서를 주셨습니다. <일리아스>는 서양 문학의 뿌리가 되는 작품으로 트로이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트로이]를 보셨다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텐데요. 많은 서양 문학 작품에서 일리아스 관련 내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트로이 전쟁의 시작은 그리스 신들의 미모 대결이라 일리아스를 읽으면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집니다.
수능 상위 0,1% 점수를 받으면 서울대에 갑니다. 학원 정보를 살펴보면 초딩 때부터 서울대반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홍보하는 학원들이 보이는데요. 주로 선행하면서 많은 수학 문제를 풀고 또 많은 영어 문제를 푸는 형태로 수업을 합니다. 초등 고학년 학생 중에도 이런 학원에 다니느라 학교 쉬는 시간에 쉬지도 못하고 계속 문제를 푸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문제를 잘 풀면 명문대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고 넉넉한 수입이 보장되는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겠죠. 수능이 워낙 어렵다보니 그 공부의 시작이 초등까지 내려온 것 같습니다.
일리아스가 서울대 권장도서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서울대 권장 도서 100권 목록은 과학기술, 동양사상, 서양사상, 외국문학, 한국문학으로 분류되어 다양한 책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일리아스와 오딧세이는 외국 문학 목록에 들어 있습니다. 100권의 책을 대학 시절 다 읽는다면 졸업 후에는 사고력이 향상되어 결코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대학 새내기 시절 교수님과 질의 문답 시간에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추천해 달라고 부탁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교육 심리 전공 교수님께서는 본인은 도서관에 있는 책을 대학 시절 거의 다 읽었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전 교수님이 농담을 하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제하고 시험 준비하기도 바쁜데 그 많은 책을 다 읽다니요? 그래서 무슨 책을 읽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과제와 시험 준비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러던 제가 20년이 지나 책 읽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어찌나 매력적인지 주변의 동료들과 친구들, 책에 관심 있어 보이는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책 얘기만 하는 샌님 같은 선생님이 된 건 아니구요. 대화를 하다 보면 관련된 책 내용이 생각나서 얘기를 하고 책 모임에서 나눴던 생각들을 자연스레 말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몇몇 분들은 독서 모임을 개설하시기도 하고 바쁜 하루 중에 자신만의 루틴을 정해서 독서 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으로 독서 모임을 활성화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더라구요. 늘 독서 모임의 마지막은 책에서 알게 된 유익한 생각들을 어떻게 삶에 적용해 볼지 고민하는 순서로 진행이 됩니다.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기 때문에 이런 독서 모임이 번져나간다면 우리 사회에서 토론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런 바램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