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vertown brewery의 지분 일부 매각 발표와 그 파장
최근 영국 크래프트 비어 업계에서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비버 타운(Beavertown Brewery)의 지분 매각인데, 이 것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바로 이들이 매각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에도 익숙한 이름의 대기업인 '하이네켄(Heineken)이기 때문이다. 비버 타운의 결정에 고객들과 동종업계 일부에서 까지 공개적으로 지탄을 받게 되는 것은 드문 일인데, 왜 이렇게 비난을 받아야 했는지 살펴보려 한다.
Beavertown brewery는 2010년대 초반 홈브루잉으로 시작하여 현재 북런던에 자리를 잡은, 런던의 유명한 크래프트 비어 양조장이다. 이들의 특징은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시도와 이를 부스트 해주는 콜레보레이션에 있었고, 이는 맥주, 패키지 디자인, MD 등 그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결과물에 나타났다. 또한 2017년 'Beavertown Extravaganza'라는 나름 큰 규모의 Beer festival을 주최하여 영국 내 여러 양조장의 맥주를 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런던에 있는 맥주 애호가들에게 제공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런더너들에게 힙스터, 인디를 표방하던 양조장이 거대 자본의 회사에 지분을 매각하는 그림은 그들에게 있어 마치 '자신이 좋아하던 인디 아티스트가 대기업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는 것'과 같은 복잡한 감정을 전달하지 않았을까.
'인디(Indie)란 자고로..' 다른 양조장의 반응
이 묘한 느낌은 소비자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다. 런던의 다른 양조장인 'BBNO(Brew by numbers)'와 맨체스터의 유명 맥주 양조장인 'Cloudwater'는 지분 매각 소식이 보도된 이후 곧바로 자사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Beavertown이 주최하는 금번 페스티벌에 참가 철회를 발표했다. 다른 브루어리들의 큰 움직임은 없었지만, 영국의 크래프트 비어 씬에서 무거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두 회사의 불참은 소비자들이 느낀 아쉬운 감정에 불을 지폈고, 일부 비어 팬들은 '변화 없을 것 vs 브루어리 정체성의 문제'로 양립하여 온라인상으로 논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소비자와 브루어리, 양쪽에 남은 생채기
결국 Beavertown 측은 변동된 참가 브루어리 리스트를 재 발표했고, 지분 매각 발표 이전에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에 한하여 전액 환불을 보장하였다. 결과적으로 행사 자체는 문제없이 잘 마무리되었으나 이래저래 서로 상처를 입은, 깔끔하지는 못한 페스티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행사에 참가했던 브루어리를 포함 모든 사람들의 주된 화제는 바로 이 지분 매각 이슈였을 것이다.
'Craftbeer = Culture'를 보여주는 사례
이번 Beavertown사태(라고 명하고 싶다)를 접하며 Craftbeer가 단순 비즈니스가 아닌 하나의 문화 임을 느낀다. 양조장의 의사결정에 그 브랜드가 가진 아이덴티티와 일관된 콘셉트를 결부하여 응원을 하기도 하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는, 단순히 음료를 판매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넘어 일종의 팬덤과 그들의 관점이 반영되는 문화를 생성해가는 흥미로운 산업이 된 것 같아 더더욱 관심을 두게 한다.
유사한 경우는 아니나 2017년 한국의 크래프트 양조장인 '핸드 앤 몰트'가 세계적인 맥주회사인 'AB인베브'에 인수가 되었는데, 이후의 그들의 행보가 어떻게 바뀌어 나가는지, 또 한국의 소비자는 이러한 변화들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