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나무 old tree
지난 십수 년 동안 많은 그림을 그려왔지만,
이번처럼 한 대상을 이토록 거대한 스케일로 밀고 나간 적은 없었다.
나무는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오래 잠들어 있던 기억이 형태를 얻어 다시 떠오른 모습이다.
심장 수술 이후 처음 산을 올랐을 때 마주한 나무들 —
그 모습은 풍경화 속 자연과는 전혀 닮아 있지 않았다.
뒤틀리고, 갈라지고, 거꾸로 솟아 있으며,
때로는 괴물 같고, 때로는 복잡한 기계의 파편처럼 보였다.
그것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충돌이었다.
그 충돌은 오랫동안 무의식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지금 ‘표현 충동’이라는 힘으로 다시 움직이고 있다.
올드트리 시리즈는 그 움직임이 남긴 흔적이다.
이 나무들은 상징이나 서사를 요구하지 않는다.
기억 깊은 곳에서 떠오른 형체들이
지금의 손과 호흡을 통해 다시 세워지고 있을 뿐이다.
2025.11.24 장병언 (Eastb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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