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 에밀 졸라
서민이나 하층계급에게 현실적인 희망이 있다면 가정이 화목한 가운데 열심히 저축을 해서 노후를 보장하는 경제적 성과를 이룩해서 행복을 위협하는 1차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일 것이다. 부부간에 열심히 벌어서 조그만 가게를 하나 차린다던지, 목돈마련을 해서 조그만 아파트라도 하나 장만한다던지 하는 것 말이다. 이런것을 이룩했을때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볼 면목이 생기는 것이고 자식들도 가정에 충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희망사항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실천만 담보된다면 실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것을 실현하는데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우선 평생을 일할만한 직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가족 모두 별탈없이 건강해야 한다.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불행한 사고나 사변으로부터 안전해야하며, 주색잡기에 빠져서 방탕해지는 구성원이 있어서도 안된다. 직장에서의 보수를 통해 어려운 상황을 넘기고 약간의 여유가 찾아오게 되면 주위에 도사린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이 사람이고, 그렇게 한번 맛들인 쾌락은 형편이 다시 어려워 진다고 해도 쉽사리 끊지 못할 성질의 것이 된다. 어둡고 매캐한 목로주점은 하층민들이 여유를 즐길수 있는 곳이자 그들이 세간살이를 전당포에 맡기고 가져온 얼마 안되는 돈을 몽땅 흡수하는 괴물같은 곳이기도 한 것이다.
서민과 하층계급이 행복한 삶을 영위해나가는데 있어서 한발짝만 실수를 하게 되거나 한번의 불운이 닥쳐도 곧바로 파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쌓아왔던 보잘것 없는 공든탑은 한번에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외줄타기를 하듯 조심조심 살아야하고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서민과 하층민의 삶의 성질이다. 뛰어난 생활력과 장사수완을 지닌 제르베르의 가족들이 성공하고 파멸하는 과정은 서민과 하층민의 굴곡많은 삶 그대로였고 그것이 자연주의 작가인 졸라가 목로주점에서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유한계급들이 서민의 노동으로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여유를 가지는 것처럼 대부분의 악당이나 불량한 서민들도 같은 서민의 피를 빨며 기생한다. 자신의 것을 철저하게 지키기 위해 인심을 잃고 사는 구두쇠가 되지 않는 한 서민들은 자신의 작은 목표를 이루고 행복하게 살게되기가 참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