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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Sep 04. 2019

진짜 천재들을 위한 학문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 호프만



책의 외견은 헝가리 수학자 폴 에어디쉬의 일생을 그렸다. 하지만 '수학자로써의 삶'에 더 방점이 찍힐지도 모르겠다. 에어디쉬는 생전에 천편이 넘는 수학논문을 발표하고 수학의 거의 전분야에 걸쳐 업적을 이뤘다. 수학이외의 것은 거의 관심이 없었던 그는 생전에 하루에 19시간 이상을 수학에 매달렸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수학에 투자한 셈이다. 수학외의 생활은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영위하기 힘들정도였으며 심지어 각막이식 수술을 받을때에도 옆에 수학자를 불러서 수학에 대한 토론을 해야할 정도였다. 이쯤되면 책 제목에 나온 것처럼 약간 미친 정도가 아니라 심각하게 미쳤다고 봐도 될 것이다.  



수학자 외에 다른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미치는 경우를 보기란 힘들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와이즈교수도 그 증명에 일생을 걸었으며 마지막 7년은 칩거하다시피해서 업적을 이루었다. '뷰티풀마인드'의 주인공 내쉬도 젊었을때 발견한 게임이론으로 노벨상까지 받은 수학자였으나 일생을 정신병과 싸워야했다. 그 외에도 요절한 수학자나 괴팍한 취미를 가진 수학자는 넘쳐난다. 이런 것을 보면 수학은 범인을 벗어난 진짜 천재들을 위한 학문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대수나 정수론을 연구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런 것 같다.



정수론은 어린 학생이 수학자에게 그 대답이 어려운 질문을 할 수 있는 분야다. 수많은 천재수학자들을 좌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물음 자체는 매우 간단한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대답이 어렵거나 아직 증명되지 못한 문제들은 정수론 곳곳에 흘러넘친다. 특히 소수에 대한 것은 정수론에 존재하는 정복되지 못한 아주 거대한 산이다. 그 동안 많은 수학자들이 소수의 매력에 빠져 소수에서 일정 법칙을 발견해내거나 예측하려 애를 썼지만 소용없었다. 이처럼 숫자와 숫자사이의 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정수론이다. 현대물리학의 가장 큰 화두인 통합이론이 밝혀져서 우주의 비밀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정수론에는 풀리지 않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남아 있을 것이라고 에어디쉬는 말하기도 했다. 숫자에는 끝이 없는 것처럼 숫자와 숫자 사이의 관계도 끝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에는 숫자의 비밀이 들어있으며 숫자와 숫자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 자연의 비밀을 한꺼풀 벗겨내는 것이라고 수학자들은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의 순서를 가지는 피보나치 수열이 있다. 앞선 두 항의 숫자를 더한 값이 나열되는 간단해 보이는 수열이지만 이 피보나치 수열은 자연 곳곳에서 나타난다. 꽃잎의 숫자, 식물 잎차례에 피보나치 수열의 숫자가 보이며 각 항 끼리의 비율은 숫자가 커질 수록 흔히 이야기하는 황금비에 가까이 가는 패턴을 보인다. 피보나치 수열의 이같은 성질은 자연의 어떤 숨겨진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되어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분야의 예측에 활용되기도 한다. 과연 자연에는 숫자와 숫자사이의 관계가 숨어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세상은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직관한 피타고라스의 말은 옳은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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