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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Sep 04. 2019

꾸리찌바에서 진짜로 배워야 할 것

[꿈의 도시 꾸리찌바] 박용남



현재 서울시의 버스시스템은 색깔별로 광역, 간선, 지선, 순환버스가 있고 환승시 추가요금이 발생하지 않으며 중앙차로에 버스전용차로가 시행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이명박 서울시장때 청계천과 더불어 시민들로부터 점수를 많이 딴 정책이기도 하다. 서울의 이 버스시스템은 외국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서울 대중교통체제에 적용한 것이다. 매우 효율적이고 선진적으로 보이는 이 시스템의 원조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서방선진국의 시스템이 아니다. 브라질, 거기서도 국제적인 도시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이름도 생소한 꾸리찌바라는 도시의 대중교통시스템이 그 원조다.  



꾸리찌바는 상파울로에서 남쪽으로 약 400키로 가량 떨어진 인구 160만의 도시다. 1970년대 까지는 브라질의 여느 도시나 다를바 없었다. 높은 범죄율, 빈부격차가 심각한 삭막한 도시였다. 하지만 민선시장 레르나르가 당선되고 대대적인 도시 정비사업에 착수하게 된다. 급격히 늘어나는 자동차로 인해 교통문제가 첫 과제였고 그들은 지하철 건설을 계획하게 된다. 하지만 지하철을 지을 돈이 없었다. 그래서 땅위로 전철 비슷한 것을 달리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급행버스시스템을 설계하게 된다. 그리고 버스시스템의 성공은 대중교통 이용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이후에도 지자체장과 공무원, 시민들은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친환경적이고 시민친화적인 새로운 도시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폐광과 폐건물을 활용한 각종 복지, 문화시설을 건립하고 공원, 녹지를 확충했다. 공업단지를 지정하는데 있어서도 환경을 먼저 생각했으며 이같은 친환경적 시설들의 성공은 그대로 환경교육에 투영되었다. 꾸리찌바가 친환경도시로 세계적으로 조명을 받게 됨으로써 꾸리찌바를 찾는 관광객이 늘고 꾸리찌바의 성공한 교통시스템과 환경정책을 직접 보고 배우러 세계각지에서 참관사절과 실무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꾸리찌바는 돈이 없는 브라질의 지방도시였다.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되어있는 우리나라의 지방도시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차체장들이나 공무원, 시민들의 의식은 서로 다르다. 나중일은 생각하지도 않고 향후 수십년간 지방정부 재정에 악영향을 줄 공항, 항만, 지하철, 경전철, 랜드마크 건물들을 정치인들은 선거 때 공약으로 내걸고. 유권자들은 그런 정치인에게 표를 준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더라도 전철이 운행을 하는 곳은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민자로 완공된 전철이 개통도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에 시민들의 세금부담은 커지고 지방정부의 재정은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다. 지방정부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규제가 풀리거나, 군사시설 또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이전한 새 땅에다 개발붐을 일으켜서 땅장사를 한다. 그 곳이 시민들을 위한 공원이나 녹지가 되는 일은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정부로써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이렇게 무분별한 건설,교통인프라는 결국 시민들이 그 피해를 다 감수해야한다. 



80~90년대 일본이 주체못할 정도로 돈이 넘쳐나던 시절에 엄청난 건설 붐이 일었다. 꼭 짓지 않아도 되는 고속,고가도로, 전철, 다리, 터널, 항만, 공항을 엄청나게 건설했다. 하지만 일본정부와 지자체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금 그 많은 건설,교통 인프라는 골칫덩어리다. 많은 시설물들이 노후화 되었지만 유지,보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짓는데만 돈이 드는게 아니라 유지,보수에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게 건설,교통 인프라이다. 



꾸리찌바에서 진짜로 배워야 할 것은 버스를 빨강, 초록, 노랑으로 칠하고 버스중앙차로를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지방정부가 어떻게 해서 빚더미에 올라앉거나 시민들의 세금을 낭비하지 않고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미래도시를 만들었나 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껏해야 임기가 4년인 지자체장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는것이 아니다. 지역사회 전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비전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시민들의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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