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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Sep 06. 2019

비극적인 삶을 정화하는 것

[능력자] 최민석



경쟁사회에 루저들은 흘러넘친다. 승자처럼 보이는 사람도 승자끼리 모여있는 곳에 가면 루저가 된다. 그것이 경쟁사회의 속성이다. 루저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한때는 너무도 푸르렀던 자신의 순정을 쉽사리 돈 몇 푼에 팔아치운다. 그리고 순정대신에 자리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모멸감이고 세상에 대한 증오다. 주인공 남루한은 청순문학가였으나 먹고살기 위해 야설작가로 전락하고 가난하다고해서 사랑을 모르겠냐만은 사랑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남루한은 그와 처지가 비슷한 이 세상의 수많은 루저들을 대표한다.  



루저들은 이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갑자기 로또복권을 맞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말그대로 로또확률이고 살아온 인생을 반추해보건대 남은 날들도 이때까지 많은 것을 접고 포기하며 살아온 날들과 크게 다를 것 같지도 않다. 적당히 타협하고 유일한 밥줄인 야설이나 쓰면서 사는 남루한 같은 인생을 계속 살아가는 것만이 남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루저는 인생을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해 작가는 공평수라는 권투선수를 통하여 꼭 이기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루저의 인생을 승자로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를 한다. 



권위적, 현학적 소설가는 되지 않겠다는 작가의 철학대로 소설은 유쾌하고 가볍게 흘러간다. 자칫 공평수의 마지막 순간까지 떠내려갈 뻔했다. 루저의 삶을 그런대로 위로하는 것은 유머와 위트다. 도처에 널린 지리멸렬함과 마주하는 것이 일상인 루저에게 유머마저 없다면 그것이야 말로 지옥이다. 예술이 비극인 것은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비극적인 삶은 유머가 있어야 비로소 정화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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