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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Sep 11. 2019

장님 코끼리 만지기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이 책이 성공한 이유는 일단 재미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동안 많이 미화되고 부풀려졌을 과학의 역사적인 순간들과 인물들을 담백하고 재미있게 묘사했을 뿐아니라 거기에 얽힌 뒷 이야기들이나 알려지지 않았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그리고 수많은 실패, 황당한 사건, 과학에 얽힌 각종 희비극을 이야기한다. 지금은 만인의 존경을 받으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나란히 누워있는 위대한 과학자 두사람의 이야기 - 만유인력보다 연금술에 미쳐있었던 사차원 뉴턴의 이야기나 선장과 싸우고 비글호에서 왕따가 된 다윈의 이야기는 신선하다 못해 실소마저 나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도처에 이런 이야기들이 널려있다.  



플로베르의 소설 '부바르와 페퀴셰'에 보면 과학과 예술에 미친 두 수도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두 수도사는 그게 무엇이든 한번 꼿혔다하면 식음을 전폐하고 거기에 몰두하는데, 원대한 계획과 함께 거창하게 시작하고 모든 정열을 다 바치지만 항상 어딘가 엉성하고, 엉망진창이 되거나, 지리멸렬한 결과를 얻는다. 하지만 그들은 곧바로 또 다른 주제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고 다시 엄청난 열정을 불태운다. 과학의 역사라는 것이 크게 보면 부바르와 페퀴셰와 그다지 다를바 없는 것 같다. 물론 빛나는 성과들이 있지만 그것은 수많은 실패와 시도위에 서있는 것이다. 인류는 400년전까지만 해도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우주의 나이와 지구의 나이를 어느 정도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40년도 채 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가 우주나 지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적다. 과학이 발전했다고는 하나 모르는 것 투성이다. 뉴턴이 자신의 업적을 가리켜 '해변에서 모래장난을 하는 어린아이의 수준'이라고 겸손한 말을 했는데 그말을 현대과학에 갖다대어도 겸손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정확한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류는 너무도 궁금한 것이 많았고 그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관찰한 과정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었다. 학자들 답게 자신의 이론에 대해 완고한 사람이 많았으며 설사 어떤 이가 올바른 주장을 한다손 치더라도 그 사람의 학설보다는 출신성분이 미천하거나 학계에 알려진 사람이 아니면 그냥 무시되었다. 그래서 수십 수백년씩 어딘가에 쳐박혀있다가 뒤늦게 빛을 보는 경우도 많았다. 19세기 말쯤에는 물리학에는 더 이상 연구꺼리가 없다고 여겨지기도 해었다. 하지만 곧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탄생하였고 앞으로도 수많은 문제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날 것이다. 인류가 이룬 과학의 업적은 수많은 우주의 비밀에 비추어 보건데 보잘것 없는 것일것이다. 우주의 역사는 130억년이고 인류문명의 역사는 겨우 4000년에 불과하다. 만약 우주의 역사가 24시간이라면 지구가 생겨난 것은 8시간 20분전이고 삼엽충은 1시간전에 나타났고, 공룡은 불과 26분전에 탄생해서 7분전에 멸종했다. 최초의 인류가 나타난것이 26초전이었고, 인류문명의 역사는 0.027초 전에 시작되었을 뿐인 것이다. 



우주는 그 장구한 시간도 질릴만 한 것이지만 그 크기는 더 하다. 지름이 10만광년인 은하가 평균 2백만광년 이상씩 서로 떨어져서 1000억개가 넘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극소의 세계는 어떤가? 플랑크 상수로 흔히 표현되는 극소점은 6.626×10-34Js이고 그 작은 플랑크 상수 값 안쪽의 세계도 있는 것으로 현대물리학에서는 가정하고 있다. 인간의 감각과 상상력으로는 감당이 힘든 숫자들이 나열된 것이 우주이고 너무나도 유한한 인간이 이룬 과학이란 것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인류가 영원하지는 않을것이고 인류 외의 다른 지적존재도 수십억년전에 우주를 연구했거나 앞으로 수십억년 후에 연구를 하게 되겠지만 그들도 역시 우주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게 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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