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숭배론] 칼라일
책의 제목과 내용이 매치가 되지 않아서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영웅의 조건'이나 '영웅의 자질' 정도가 적당한 제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칼라일은 역사상 주목할만한 인물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자질을 분석함으로써 그들이 왜 영웅인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그들은 언제나 성실했으며 본인의 사명을 자각하고 거기에 매진했다는 것이다. 결코 적당히 만족하고 타협하지 않았으며 엄청난 끈기로 주위를 설득하고 쉽사리 부화뇌동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인류가 주목할만한 결과들을 이루어냈던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웅은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 오딘, 이슬람의 선지자 무하마드를 비롯해 단테, 세익스피어, 루터, 녹스, 루소, 나폴레옹, 크롬웰 등을 소개했다. 이중에 오딘은 신화속의 인물이고 나폴레옹을 제외하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정복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장의 영웅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종교지도자나 작가, 사상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게다가 베토벤이 '영웅'이라는 교향곡까지 헌정한 나폴레옹에 대해서는 스스로 변절한 영웅이라는 박한 평가를 내렸다.
칼라일이 말하는 영웅의 조건은 많은 사람을 열광케하는 장군이나 정치가가 아니라 부던히 자신을 채찍질하고 불의와 절대 타협하지 않으면서 인류가 지향해야할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데 성공한 사람인것이다. 지금 당장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자존심을 지키고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는 헌신적인 일로 매진한다면 이 책에 나오는 대단한 영웅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의 본보기가 될만한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각오와 희망을 독자들에게 품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19세기에 씌어졌고 그에 걸맞는 문체로 당시의 사상을 표현하고 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언제나 영웅의 출현을 바라고 자신이 영웅이 되길 소망한다. 하지만 칼라일의 시대처럼 극소수의 영웅이 대다수의 사람들을 계몽시키거나 이끌어가는 시대는 지났다. 따라서 현대의 영웅들은 과거의 영웅들에 비해 소박해지고 좀 더 다채로와졌다. 칼라일의 잣대로 현대의 영웅들을 나열한다면 만델라, 테레사수녀, 체게바라, 아인슈타인, 슈바이처 같은 사람들이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