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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Sep 08. 2019

살아남는 것

[군중과 권력] 카네티



군중을 밖에서 보게되면 그들이 왜 모여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군중속에 일원이 되었을때 인간은 색다른 경험을 하게된다. 군중의 내부는 평등하다. 그리고 어떤 지향점을 향해서 외치거나 움직일때 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것을 생각하고 원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놀라운 친밀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군중은 열려있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함께 할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군중이 흩어지기 시작하면 이내 군중속의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단단한 군중은 총칼앞에서도 당당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향성을 잃고 흩어지기 시작한 군중은 그 자체로 지옥이며 죽음이다. 이 책은 군중의 생리를 기반으로 해서 권력에 대한 인간의 속성을 면밀하게 연구한 카네티의 일생의 역작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왜 군중을 이루는가에 대한 고찰이 먼저 필요하다. 군중은 그 자체로 하나의 권력이다. 군중의 힘은 왕을 끌어내어 단두대에 올리기도 했으며 하루아침에 혁명정부가 탄생하게 하기도 했다. 수많은 독재정권이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기위해서 군중이 모이는 것을 철저하게 경계했다. 군중이 모일라치면 군사력을 동원할지라도 그것을 막았다. 군중은 그 어떤 권력이라도 하루아침에 끝장내는 것이 가능한 권력자의 입장에서는 저승사자에 다름아니다. 



권력의 종류가 어떤 것이든 사람들은 그 권력을 위해서 싸워왔다. 권력을 잡는다는 것은 본인이 살아남는 것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생사여탈권을 쥐는 것을 의미했다. 특히 왕위를 둘러싼 싸움은 그 싸움에서 승리한 자를 제외한 다른 패배자들은 죽음을 기다리는 일만 남아있었던 것이 보통이었다. 민주화 된 사회에서 조차 권력을 잡는다는 것은 경쟁자들을 해당분야에서 아무런 영향력이 없도록 만들거나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전쟁, 전염병, 자연재해등 수많은 사망자들이 생기는 환란에서 살아남은자들은 묘한 기분을 맛보게 되는데 그것은 살아남았다는 승리감이다. 델리를 텅텅 빈 도시로 만든 투글락이나 로마를 불태웠던 네로같은 편집증적 황제들이 원했던 것은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살아있다는 그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서이다. 홀로 살아있다는 것은 권력의 정점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력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생에의 의지는 곧 권력을 향한 야심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나와 군중을 형성하는 것은 그들의 삶이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카네티는 군중과 권력에 대해 인류학적으로 접근했고 종교와 원시부족, 역사와 인간심리를 통하여 사려깊은 고찰을 해냈다. 이런 인류학적인 수 많은 예증과 에피소드는 인간의 본성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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