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텀] 부코우스키
치나스키는 작가 보코우스키의 분신같은 인물이다. 제목 그대로 온갖 잡부를 전전하면서 안정된 직장이라곤 가져본 적이 없다. 그리고 술과 섹스에 골몰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한 계획도 없다. 돈이 없어지면 없는대로 생기면 생기는대로 오직 현재에 생존하는 것만이 목적인 아메바처럼 살아나간다.
치나스키의 일상에는 어떠한 감상이나 논평도 없다. 자신을 해고하거나 주먹을 날린 상대방에 대한 조그만 분노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 호의를 보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감사하지도 않는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세상에 대한 불만을 가지지도 않는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으므로 세상을 개선해 보겠다는 시각자체가 없다. 치나스키에게 중요한 것은 일용할 양식과 술과 섹스 그 뿐인 것이다.
부코우스키를 좋아하는 작가로 꼽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서민들의 생활이 치나스키의 그것과 점점 비슷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그늘을 지적하고 인간소외와 빈익빈부익부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왔지만 세상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자본의 위력은 자본주의가 생긴 이후 최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며 거기에 브레이크는 없어보인다. 이와중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일개 서민이 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는가? 그저 술과 섹스의 쾌락에 취하는 것이 짧은 생애를 그나마 유쾌하게 보내는 것일 것이다.
치나스키는 부코우스키가 창조한 캐릭터라기 보다는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이 서민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인간형이다. 세상은 사다리 오르기에 성공한 소수의 지배세력이 이끌어 가는 것이고 나머지 루저들은 그냥 적당히 먹고살만한 일을 하고 작은 쾌락을 느끼면서 살면 되는 것이다.
치나스키는 현대산업사회의 뫼르소이다. 왜 인생을 그 따위로 낭비하냐고 그를 설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대의 뫼르소는 쾌락에 대해 죄의식을 가지는 현대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위로 올라가려고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발버둥치지만 대부분이 실패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개선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수고한다고 말해줄 순 있지만 거기에 자신이 투신할만한 큰 매력을 느끼지도 못한다. 어차피 80년 후에는 죽어나자빠지는 것이고 그 이후의 인류의 문제는 남은 사람들의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