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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Sep 18. 2019

경제예측이 어려운 이유

[괴짜경제학] 스티븐 래빗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이게 과연 경제학 책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것같다. 그동안 많은 책이 경제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지만 이런 류의 경제학 서적은 드물다. 저자인 래빗교수는 숫자와 법칙으로 점철된 그동안의 따분한 경제학을 벗어나서 인센티브에 따른 사람들의 행동패턴을 연구하는 경제학을 제안하였다. 그게 무슨 경제학이냐고 누군가는 이야기하겠지만 사실 경제학엔 물리학처럼 고정된 법칙이 없다. 고정된 법칙이 없지만 학자들은 향후 경제를 예측해야되고 발생한 경제적 결과의 원인을 분석해내야 한다. 원인을 분석해내는데 성공한다 치더라도 그것이 다음의 유사한 경우에 소용이 닿게 될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날씨예측보다 어려운게 경제예측이다. 경제예측이 어려운 이유는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에 크게 영향 받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적 손익, 즉 인센티브에 따라 미리 생각하고 행동하며 그 행동으로 촉발된 영향이 사회적현상을 일으키고 결국 경제에 영향을 주게된다.  



우리가 믿어의심치 않았던 세상의 많은 것들의 실상의 이면에는 사람들의 이기적이거나 어처구니 없거나 우연한 행동이 자리하고 있다. 예를들어 많은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세상에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선수들끼리, 또는 협회의 암묵적인 카르텔로 쉬쉬하면서 넘어가기도 한다. 승부조작이 드러나면 그 스포츠의 인기는 급락하고 많은 선수와 관련자들이 처벌이나 영구제명까지 당하지만 거기에 가담하는 선수들은 자꾸 생겨난다. 돈이 걸린 프로스포츠의 경우 인기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들의 임금격차는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스타플레이어를 지휘하는 감독의 연봉은 선수들에 비해 한참 적은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사설도박꾼들의 은밀한 제안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수 있다. 또한 협회는 스폰서가 최우선이다. 협회에게는 돈줄이나 다름없는 스폰서를 유지하려면 스폰서가 좋아할만한 경기결과를 내야하는 것이다. 스폰서에 참여하는 것은 다국적 기업들이고 주로 선진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국제스포츠 경기에서 스폰서를 많이 거느린 국가들이 판정에 유리한 고지를 획득하는 것이다. 



이 정도는 왠만한 스포츠 애호가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보는 스포츠 경기가 순수하기를 바란다. 분명히 편파적인 이유를 알고 있으면서 그 경기가 공정하기를 바라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스포츠 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많은 부분들이 이런 상황에 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부모입장에서 자식을 편애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고, 높은 투표율이 나와서 젋은층에 인기가 좋은 야당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믿었지만 정반대의 선거결과가 나온 이유가 있다. 한일전 축구경기에서 스포츠토토의 높은 배당을 위해 일본에 돈을 건 한국인이 붉은 악마 복장으로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인간의 행동은 복잡다단하고 이성과 감정사이에서 우왕좌왕하지만 자신의 경제적 이익과 손해에는 민감하다. 아깝게 놓친 기회를 두고두고 후회하며 곱씹는 사람은 그 상황이 다시 온다면 다음 번엔 꼭 성공하겠다고 생각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다시 온다고 하더라도 주변환경은 과거와 상당히 달라져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서 김치가 금치가 된 시점에 너도나도 배추를 심어서 불과 서너달만에 배추값이 폭락하고 본전도 못건지는 상황은 항상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다른 사람의 행동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예측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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