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론] 뒤르켐
햇빛이 쨍쨍하고 만물이 평화로운 나른한 낮시간에 자살이 많다고 한다. 공포와 폭력이 사회를 짓누르는 전쟁이나 혁명의 시기보다 평화시에 자살이 많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자살을 부추기는 것은 시련이나 공포보다는 자신과 이 세상은 따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때인거 같다. 공동체 단위로 생활하며 친근한 사람들과의 인적교류가 없이는 세상을 살 수 없었던 과거보다 소외되고 따로되는 사람의 숫자가 많아진 근래들어 자살하는 사람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옆을 돌아보기보다 앞만 보고 전진하기를 강요하는 사회 시스템은 수 많은 낙오자를 만들어 내었고 그들은 사회를 원망하고 사회에 살의를 느끼다가 스스로에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자살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라 유행병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그런 사회에서 많은 자살이나 유명한 자살은 다시 자살을 부른다. 사회로부터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을 가지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찾기 위해 자살사이트를 기웃거리고 볕 좋은 일요일 오후 모든 것이 정지한 듯한 순간에 흘러나오는,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 선율에 자살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뒤르켐은 자살의 형태를 세가지로 구분한다. 사회로부터의 소외감과 고립감이 원인인 이기적인 자살, 개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또는 속한 단체의 규범에 따라 스스로를 죽게 만드는 이타적인 자살,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환경이 크게 변해서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고수하던 사람들을 공황상태로 몰아가게한 것이 원인인 아노미성 자살이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는 한국사회의 성질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은 뒤르켐의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뒤르켐은 자살률과 다양한 사회적인 조건들의 관계를 통계로써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자살을 유전이나 정신병의 일종으로 보려는 생각과, 자살을 죄악시하여 자살한 사람 개인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고 사회나 조직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현상에 대해 경고를 한 셈이다. 자살은 사회적 병리현상이며 한 사회의 자살의 경향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 따라서 자살의 경향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유명인이 자살을 하면 사회는 모방자살을 염려하며 그것은 죄악이라고 개인에게 경고한다. 종교에서는 자살은 구원받을 수 없다는 교리를 가지고 개인의 신앙심을 이용하려한다. 어느 쪽이건 자살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의 구조는 외면하고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려고 한다. 매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대학입시 결과가 나올때 쯤엔 수 많은 학생들이 자살을 하고, 취업과 결혼문제로 매년 많은 청년들이 자살을 하고, 홀로 된 많은 노인들이 자살을 하는 와중에도 여기에 대한 어떠한 사회적인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고 사회적인 책임을 거론한다고 할지라도 산업사회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몰아간다. 그러는 와중에 한국은 세계최고의 자살국가가 되었지만 한국사람들은 거기에 대해 어떠한 심각성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