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덩어리] 모파상
국가주의는 사람들에게 모태적인 신앙을 요구한다. 이것은 상위계층보다 하위계층에 더욱 집중적으로 요구되는데 국가주의란 것이 결국 그 국가의 기득권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위계층은 상위계층보다도 더 애국적인 것이 보통이다. 상위계층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 되는 것이 보통이므로 애국심은 거기에 비해 순위가 밀릴 수 밖에 없다. C.C.R이 Fortunate Son을 부르며 베트남전에 끌려가는 것은 오로지 서민들 뿐이고 상원의원이나 부자들의 자식들은 왜 군대에 가지 않는건지 꼬집은 것처럼 한국에도 사회 주도층 인사들의 군면제 비율이 높은 것을 보면 애국심이란 것은 그냥 하층민을 호도하기 위해 기득권들이 조장하는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몽고에 조공으로 끌려갔다 돌아왔던 처녀들에게 '화냥년'이란 별명을 붙이고, 일제에 의한 정신대 문제에 국가는 외교적인 문제를 들어 거의 방치하고 있는것을 보아도 국가가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정책이란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기득권에 의해 좌지우지 되기 때문에 그 기득권의 정체성에 따라 국민들에게 요구되는 애국심의 강도와 성격이 달라지게 된다.
귀족, 수녀, 공화주의자 모두가 비계덩어리로부터 음식을 얻어먹었고 그녀의 수치로 인해 포로생활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지만 그들은 비계덩어리의 애국심따위는 어느 누구도 보호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계덩어리에게 더 심한 멸시를 보냄으로써 그녀의 애국심마저 완전히 파멸시키게 된다.
모파상의 이 짧은 소설은 우리 모두를 아프게 한다. 우리의 모태신앙인 애국심이 철저하게 파괴당하는 간접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애국심으로 가리고 애써 무시해왔던 계급의식의 신경다발을 정곡으로 찔리는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어느 순간 비계덩어리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계급적 약자로써의 자각은 우리의 의식을 두텁게 덮고 있는 애국심이라는 이불을 한번 들쳐보게 되기 때문이다.
당신의 애국심은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당신의 애국심이 널리 알려질 경우는 당신의 애국심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려 할 때 뿐이다. 애국이란 것은 국가를 사랑하는 것이고 국가라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기득권의 소유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별로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의 애국심을 분해해서 들어가보면 공허함 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