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를 약속하는 사기극

[열린사회와 그 적들] 칼 포퍼

by GONDW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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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 대한 갈망은 진보의 힘을 하나로 뭉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이것은 일종의 전체주의적인 씨앗을 잉태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식으로 발생한 전체주의의 씨앗이 권력이 되는 것이고 사람들은 바로 이 권력을 위해 진보의 헤게모니를 잡아서 자기중심으로 진보를 뭉치게 만들고 그 권력을 자신의 중심에 가져다 놓기를 시도한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헤게모니의 핵심을 쥐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중을 의제로써 지배해야한다. 그 와중에서 다양한 사회의 의견들은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를 강요받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존중받고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으로 허용된 열린사회는 이러한 권력이 개입하는 순간에 철가루 사이로 자석이 떨어진 것처럼 되는 것이다.


포퍼가 이야기한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 뿐만 아니라 유토피아를 이야기하는 모든 자들은 개인들이 알아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자들이다. 그들은 그 열린사회에 어떤 법칙을 부여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사람이 태어나는데 있어서 신이 부여한 어떤 소명이 있다고 믿거나 역사발전의 법칙에 있어서 개인들은 그 수단이 된다고 믿는 자들이다. 그냥 개인을 자유로운 개인 그대로 놔두지를 못한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권력의 획득에 있을지도, 명예의 획득에 있을지도, 세상의 원리 또는 법칙을 발견한 자로서의 위치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은 각 개개인의 자유와 그 개인의 우주에 있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인류가 어느날 잃어버렸던 완전히 자유로운 개인으로써의 인간상을 찾는데 수천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 인간상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것은 아직도 요원하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 어떤 능력자가 자신을 유토피아로 인도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인류역사에 어느 누구도 사람들을 유토피아로 인도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토피아를 약속하는 사기극은 지금도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인간은 원래 행복하거나 불행한 것이며 동시에 모두가 행복해질 수는 없다. 오히려 인위적으로 모두가 행복할 수 있게 만들려다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만다. 모든 유토피아는 사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직 이같은 사기는 사람들에게 통한다. 아직 대중들은 스스로를 너무 낮게 평가하고 스스로 내린 개인적인 결정에 자신없어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심어진 전체주의와 집단주의의 뿌리는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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