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책

[계몽의 변증법]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by GONDW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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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세계가 무너지고 인간의 철학과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계몽의 시대가 도래한다. 헤겔로부터 주창된 역사발전의 법칙은 인류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듯이 보였고 인간의 이성에 기초한 판단과 도덕률은 선한방향으로 이행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인류에게 닥친 두차례의 세계대전과 전체주의의 발흥, 인간이 어떤 체제를 유지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린 상황앞에서 아도르노와 호크하이머는 절망을 느끼게된다. 중세라는 야만을 거쳐서 나온 인류가 계몽의 시대를 거치면서 또 다른 야만으로 이행하게 된 것을 목도한 것이다.


현대에서도 인간은 대중으로 취급당하며, 개인은 대중의 취향을 강요받고, 대중의 문화를 향유해야하며, 대중의 스타를 숭배해야한다. 그리고 개인은 대중에 휩쓸려 도매금으로 어떤 권력하에 종속되게 되고 그 대중이 막다른 골목으로 질주할때 개인이 자신을 변호하거나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게된다. 인간의 개성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회가 또는 어떤 권력이 정해놓은 울타리 안에서의 어느 지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중의 통념을 벗어난 사고와 행동은 즉각 제재를 받으며 그것은 개성으로 불리지 못한다. 인간은 대중속에 파묻혀서 지역단위로 계층단위로 덩어리져서 취급받으며 그 덩어리에 맞는 사고와 행동과 선택을 강요받는다. 즉 인간은 대량생산 대량소비체제의 일개 부속품으로써 개개인의 가치는 사회적으로 매우 떨어져버린 상태가 된 것이다. 이렇게 덩어리진 인간의 뭉치들은 권력자의 의도에 따라 언제든지 비극적인 상황에 내몰린다. 그리고 개인은 절대로 그 덩어리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조지오웰의 디스토피아는 바로 모든 개인의 사고와 판단력이 매스미디어에 의해 지배당하고 그저 생산수단 소비수단으로써만 작동하는 '계몽된 사회'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극적인 결말이 계몽과 인간의 이성이 낳은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너무도 암울하다. 하버마스는 이 책을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책'이라고 했다. 현대인들은 스스로 쌓아올린 이 거대한 바벨탑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그 속에서 울고 웃으면서, 때로는 시대의 광기에 휩쓸리면서, 그것이 우주의 전부인줄 착각하면서 살다가 생을 마감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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