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윤리

[우연과 필연] 자크 모노

by GONDWANA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슨이나 '인간본성에 대하여'의 데이빗윌슨도 썼듯이 인간은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자크모노의 이 역작에서도 그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지구가 생기고 난 이후 수십억년이 지난 어느 날 아주 우연히 자기복제가 가능한 단백질이 생성되었다.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아직 풀리지 못한 수수께끼이다. 아뭏튼 그 단백질 속의 미시적 교란에 의해 조금 더 복잡한 형태의 단백질로 그리고 이윽고 우리가 생물이라 부를만한 것들이 출현하였고 그 중 일부는 바닷속에 남아있었고 일부는 육지로 올라왔고 또 일부는 심지어 날아다닌다. 그리고 그 중 한갈래가 인간이 되었다.
이러한 진화과정은 순전히 보수적인 생물복제 시스템 속의 아주 자그마한 돌연변이의 총합이다. 진화는 아주 우연적인 것이며 앞으로의 방향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생명의 탄생과정과 본질적인 특성을 유추하고 뉴클레오티드의 랜덤하고 방대한 염기배열을 세고있을 뿐이다.


이러한 자연의 일부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은 그동안 스스로를 기존의 자연과 다른 존재라고 믿었었다. 자연이 아닌 신에의해 창조된 인간에게서 자연과학의 발전을 기대한다는것은 무리다. 그리고 중세를 지배한 종교의 시대가 가고 드디어 인간이 신성으로부터 독립된 다음에야 자연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가 가능해졌다. 종교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던 서구에서 자연과학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근대까지 종교가 곧 세계의 모든것이었던 동양은 그만큼 자연과학의 발전속도는 느릴 수 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분나쁘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당신은(나는) 우연히 생겨났다. 물론 당신은(나는) 필연적인 이유로 태어났다고 주장하고 당신의(나의) 존재자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겠지만 그것은 과학이 아니다. 물론 여기까지도 수긍하는 사람은 꽤 될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자연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주관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인류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객관성과 보편성은 과학의 가장 기초적인 출발점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가치관에 의해 과학의 객관성과 보편성은 굴절된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처럼 과학마저도 인간이 개입하는 순간에 과학의 본질이 빛이 바랜다. 과학에 가치가 개입되고 윤리가 개입되면서 지식의 윤리는 위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난 왜 책을 읽는가? 난 왜 지식을 습득하는가?
내가 지식을 탐구하고 습득하는 이유는 내가 신봉하는 가치를 제사지내기 위함은 아닌가 곰곰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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