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헤르만 헤세
크눌프를 자기 일생 최고의 소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것 같다. 그 이유는 그 분량이 짧고 군데군데 발견되는 아포리즘의 매력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소설 전체를 휘감고 도는 상대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독자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기 때문이다.
분명 크눌프는 잘생긴데다 소년시절엔 또래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비범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방랑자로 전락하고 어느 곳에서도 안식을 얻지 못한다. 폐결핵을 지닌 몸으로 고향에 돌아와 죽음앞에서 하느님과 대면한 그는 '자신은 실패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하느님은 항상 크눌프와 함께 했으며 그것은 크눌프에게나 하느님에게 있어서나 그 나름대로 가치있는 삶이었다는 말을 들은 크눌프는 드디어 자신의 생애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실패한 사람, 병든 사람, 불행하다고 믿는 사람에게 주는 따뜻한 배려는 그 영혼을 어루만져주고 안식에 들게 하는것이다. 크눌프에 대한 의심도, 시기심도, 아무런 회한도 없이 그와 함께했던 과거를 추억할 수 있고 어려운 그에게 내가 가진 반마르크의 동전을 아낌없이 쥐어 줄 수 있다면 크눌프는 기분 좋은 웃음으로 그것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나의 기쁨이기도 한것이고 크눌프의 생을 의미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