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 유희] 헤르만 헤세
수학이 흥미있는 것은 숫자와 기호만으로 어떤 새로운 세계를 유추할수 있기 때문일것이다.
음악이 흥미있는 것은 오선지에 찍은 점으로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호화된 유희의 도구는 매우 유용하다. 어떤 사람들은 그 세계에 빠져서 식음을 전폐하기도 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오락거리인 셈이다.
하지만 기호와 패턴으로 인간의 사상이나 철학, 또는 형이상학적인 어떤 것을 펼쳐보일 만한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정형화된 게임은 룰의 결정체이다.
간단한 룰을 가진 게임이 있으며 어렵고 복잡한 룰을 가진 게임이 있다.
한가지 확실한것은 룰 내에서의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 훌륭한 것이라는 것이다.
인문학과 신학, 형이상학을 다루는 정형화된 게임이라면 그 자유도는 무한대에 가깝다고 할것이다.
검은돌과 흰돌만으로 이루어진 바둑이 펼쳐내는 승부는 무궁무진하다. 매우 단순하게 보이는 게임이지만 거기엔 승부의 모든 패턴이 숨어있다.
헤세는 이처럼 인문학과 신학을 다루는 정형화된 패턴을 이용한 유희를 꿈꾸었고 유리알유희라고 이름붙였다. 크네히트는 헤세가 스스로 꿈꾸는 완성된 자신이다.
유리알유희에서 요구되어지는 것은 이런것이다.
어떤 분야에 대한 심오한 이해와 그 해석의 독창성, 그리고 상대방과의 토론기법인것이다.
그것은 유리알이 없이도 하나의 유희가 되는것이며 유희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게임을 하는 즐겁고 천진난만한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손가락으로 굴리는 여러 빛깔의 유리알은 그 즐거움을 더 하게 해주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