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여 잘있거라] 헤밍웨이
헤밍웨이 작품의 결말은 늘 그렇듯이 허무하다. 스페인 내전에 뛰어던 로버트 조던의 결말이나 갑자기 대어를 낚은 산티아고 영감의 결말이 그러했듯 이 작품의 프레드 헨리의 결말도 허무하다 못해 암울하다. 프레드가 호텔방으로 돌아간 다음의 상황도 역시 암울한 것이었을거다.
헤밍웨이가 세계적작가의 반열에 오른 이유도 자신의 소설에서 허무한 결말로 일관했기 때문일것이다.
로버트 조던이 살아남아 무공을 떨치고 마리아와 결혼까지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프랑코 정권이 그 후 40년 가까이나 공포정치로 스페인을 지배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산티아고 영감이 돛새치를 잡아 상어떼에 뜯기지 않고 보트에 올려서 기분좋게 술이라도 한잔 걸치는 이야기는 별로 흥미로울것도 없으며 프레드가 캐서린과 아이를 낳고 오손도손 잘산다면 재수좋은 탈영병의 흔한 러브스토리로 끝나버렸을거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위해 산에서 온갖 고생을 하면서 백발도인으로부터 20년간 무술을 전수받고 '이제 하산토록 하여라~'라는 도인의 말에 하산해서 원수를 찾아내어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바로 직전에 등창이 나서 죽어버린 한 사나이의 우스개이야기나 잘나가다가 갑자기 모든게 종결되어버리는 김성모 만화의 미덕이 헤밍웨이에게는 들어있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헤밍웨이의 작품들은 마초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는데 남자 주인공들의 복잡다단한 내면에 비해 여자주인공들은 매우 평면적일뿐 아니라 사소하게 취급된다. 하지만 남자주인공들은 남자가 봐도 매력적인 인품을 가지고 있고 절제된 행동을 하며 아주 멋진 대사를 내뱉는다.
서부영화의 전설적인 배우 게리쿠퍼가 헤밍웨이 작품의 단골배우가 된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전쟁도 사랑도 열렬하지만 종국에 홀로 남겨질때는 허무한 것...' 의미심장하게 한마디를 던진 헤밍웨이는 예의 그의 빛나는 은빛 구렛나룻을 씰룩거리며 뒤돌아서서 걸어가는 것이다. 배경은 석양의 오렌지 빛이 적당하다.
그의 본격적인 하드보일드 작품들을 이제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김성모 만화를 읽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