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한다는 것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 리처드 파인만

by GONDW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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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입국의 기치를 건 군사정권하에서 이 땅의 소년들은 너도 나도 과학자를 꿈꾸었다. 하지만 슬픈것은 이렇게 의욕 넘치던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과학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초등학교때는 과학실에서 황산구리를 물에 녹여보거나 현미경으로 양파껍질을 들여다보기라도 했지만 고등학교 과정에 들어가게 되면서 과학은 공식을 외우는 과목이 되어버렸고 학생들은 더이상 과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다닐때까지 미래의 꿈이 과학자로 남아있었던 애는 나의 주위에는 단 한명도 없었다.


특히 순수과학을 전공하는 학과에 진학한다는것은 의대나 공대에 갈 성적이 안되는 것쯤으로 모두들 해석했다. 그리고 사실이 그렇기도 했다. 물리학과나 화학과, 생물학과에 진학한 녀석들은 1학년때부터 일찌감치 교직이수를 함으로써 임용고시를 통해 중등교사가 될 준비를 했다.


부모들도 어린 자녀들의 과학교양을 고취시키기 위해 '우주의 비밀', '공룡시대전' 같은 전시회를 잘만 데리고 다니다가도 그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할때쯤 되면 생각이 바뀐다. 물리학과보다는 의학과, 생물학과보다는 취직잘되는 기계공학과를 선호하는 것이다. 전교 1등짜리가 부모앞에서 느닷없이 의학과 보다는 생물학과를 가겠다고 하면 그 집 부모들은 필경 앓아 누울것이다.


입시를 위한 과학은 우리에게서 창의성을 앗아가 버렸다. 미분적분이 왜 필요한지, 미적분으로 어떻게 우주를 추리해 볼 수 있는지를 미적분을 배우기 시작할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저 교과서에 나와있기 때문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니 어려운 부분으로 깊숙히 파고들게 되면 흥미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이다.
내가 공대에 진학해서 미적분문제를 수천문제를 더 풀고 나서야 비로소 가장 기본적인 미적분의 세계관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파인만이 부러운 것은 그가 노벨상을 받아서나 드럼을 잘쳐서가 아니라 제대로 과학을 즐겼다는데 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자신의 부족한 점 마저 까발려 놓는 자세는 체면차리기 좋아하는 우리로써는 다다를 수 없는 경지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자세야 말로 과학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라 생각한다.


- 知之爲知之不知爲不知是知也 (論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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