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애로의 승화

[고향] 이기영

by GONDW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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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문학의 최고작품이라 평가받는만큼 '고향'에서는 프로문학의 거의 모든 요소가 녹아있다. 소작농과 지주와의 대립,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립, 프로레탈리아계급의 탐욕성과 자본가-지주계급의 용의주도함, 그리고 프로레탈리아계급을 하나로 묶어내서 지주, 자본가와 소작쟁의, 노동쟁의를 실천하는 지식인 그룹 등등...


이같은 프로문학적인 요소와 더불어 이기영의 고향에서는 등장인물들간의 애정관계가 아주 크게 부각되는게 특징이다. 인동-방개-음전의 프롤레탈리아적 삼각관계와 갑숙-경호-희준의 인텔리겐챠적 삼각관계가 그것이다. 이 두가지 삼각관계는 고향의 전편에 걸쳐서 매우 비중있게 다루어지며 극중 긴장을 유발하고 끝까지 그 긴장을 유지케한다.


인동-방개-음전의 삼각관계와 갑숙-경호-희준의 삼각관계는 쌍으로 대비된다. 과거 연인이었던 방개를 두고 음전과 혼인을 하게된 인동은 도무지 옛사랑 방개를 못잊어한다. 또한 현재의 연인인 경호와의 관계로 현실적인 어려움을 격은 갑숙은 어릴쩍 소꿉동무였던 희준의 인텔리함에 반한다. 인동은 방개와의 일탈직전에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하고 가정을 지키기로한다. 갑숙과 희준도 서로 사랑을 열망하지만 윤리적인 갈등의 정점에서 보다 큰 동지애로의 승화로 두사람의 애정은 갈무리된다. 결국 어느쪽도 윤리적인 도덕률을 뛰어넘는 사랑을 하지 않게 되며 현실에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윤리교과서적인 애정라인의 결말도 프로문학의 특징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노동자 농민의 계급적 자각과 이데올로기적 순수성이 부각되어야하는 목적이 우선되어야 하는 마당에 남녀간의 애정문제로 인해 그 본질을 흐리게해서는 안되는 것일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인 성욕과 누구도 강제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애정문제는 계급의식과는 다른차원의 문제이다. 현실에서 남녀간의 애정문제를 이성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므로 '동지애로의 승화'라는 미명하에 사랑이란 개인적 감정을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만드는 방법밖에는 없었을것이다.


결국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프로문학에서 애정문제만큼은 전혀 사실적이지 않게 되어버렸고 계급투쟁과 그 전선에서의 남녀문제의 당사자들은 형이상학적인 사랑만이 올바른 사랑이라고 믿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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