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후예] 황순원
창세기에 의하면 카인이 질투심에 아벨을 돌로 쳐 죽인다. 카인은 정직하게 농사를 지었고 나름 정성을 다해서 제물을 준비했지만 아벨이 키운 양만 여호와가 제물로 인정을 하는 이유없는 편애를 보임으로써 카인은 멘붕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종교적인 논쟁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인류 최초의 살인자는 뜨거운 화젯거리다. 여호와의 편애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유목민족과 농경민족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말까지 해석도 분분하다. 같은 배에서 난 형제끼리의 비극적인 사건은 그동안 숱한 내부갈등의 단골소재로 씌어져 왔다.
해방후 군정에 의해 남북이 분단되고 각자의 공화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남과 북은 토지개편이 가장 큰 당면문제였다. 농경인구가 전체인구의 90%가 넘던 시절이었으므로 일반농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념이고 체제고를 떠나서 자신의 생명줄이 달린문제였다. 중세 십자군원정에 농민들이 자신의 식솔과 세간살이를 다 짊어지고 수년간의 생고생길을 떠날 수 있었던 이유도 이교도의 토지를 빼앗아서 나누어주겠다는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고 멘셰비키에 비해 소수였던 볼셰비키가 혁명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자작농의 토지를 그대로 인정해주었기 때문에 로마노프왕조 붕괴이후 드디어 꿈에 그리던 자작농이 된 많은 농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쪽은 공산주의 이론에 충실하게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시스템을 따랐고 남쪽은 유상몰수, 유상분배의 자본주의식 시스템을 따른다. 북쪽의 지주계급은 몰락했고 남쪽의 지주계급은 땅을 팔아서 번돈으로 역시 다시 많은 땅을 살수있었으므로 부의 재분배효과는 거의 없었다. 카인의 후예는 이 같은 공산당 정권에 의해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토지개혁이 이루어진 평안도 지역의 한 마을이 배경이다.
농민들은 토지개혁으로 봉건적 시스템이 무너지게 되자 급속히 이기적이 된다. 새로운 정권에 충성해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고육책을 다 동원하는가하면 몰락한 지주의 집에 들이 닥쳐서 세간살이를 훔쳐나온다. 세상이 바뀐것을 실감한 민중들은 조그만 이익에도 이기심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비판과 숙청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의 몰염치함에 면죄부를 주게된다.
역사적으로 늘 그래왔듯이 무지한 민중은 세상이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 깊이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려 들지도 않는다. 카인의 제물을 거부한 것은 여호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카인은 따지려 들지도 않고 이해하려하지도 않는다. 대신에 아벨을 때려죽인다. 민중들은 서로를 증오할뿐이다. 위정자들은 자신의 지배가 용이할 수 있도록 민중들이 서로를 증오하게 만들기 위해 인종주의, 지역주의, 냉전, 이념갈등 같은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다. 민중은 왜 그런지도 모르는채 조그만 이익에 염치를 팔고, 가진자에게는 자비를 갈구하고, 자신의 불행은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세상의 물결에 휩쓸린다. 그러다 카인이 그랬던 것처럼 반인륜적인 행위도 창졸지간에 하게되는 것이다. 모든 전체주의에서 민중에 대한 지배는 이런식으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