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 케루악
서부의 사막과 평원위의 끝이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와 그 위를 질주하는 반항아의 이미지는 무언가 따분한것을 탈피해서 끝간데 없는 자유를 찾는 상징으로 숱한 헐리우드 영화에서 묘사되었고 미국을 대표하는 정서로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에게도 급속히 전파되었다. 2차대전후 산업이 현대화 되면서 성공적인 사회진출을 한 청년들이 회사에 첫 출근을 하자마자 각자에게 주어진 것은 전화기가 딸린 책상이었다. 그것은 곧 관료제의 부속품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윗세대들은 자식들이 그런 몇 평의 사무실에서 수트를 입고 주급으로 몇백달러씩 챙기며 지내길 원했을지도 모르지만, 미국의 2차대전 승전과, 닥친 호황, 자동차산업의 폭발적 성장은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잉태하게 한다.
작가인 케루악은 소년원을 들락거리고 고정된 직업없이 자동차와 여자에 환장한 캐시디라는 인물과 미국을 자동차로 전국일주를 하게 되는데 그 실화를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 캐시디는 소설속의 딘 모리아티의 실재인물인 것이다. 딘이 시카고를 향해 잠도 거의 자지 않고 177킬로미터의 속도로 캐딜락을 몰았던 것처럼 케루악은 이 소설을 단 며칠만에 탈고한다. 타자기에 종이를 바꿔끼우는 것도 귀찮아서 종이를 두루마리로 연결해서 단숨에 해치운 것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모든 것이 가볍고, 즉흥적이며, 미래에 대한 생각은 눈꼽만치도 하지 않고 당장의 쾌락과 자유에 몸을 맡기는 딘이라는 인물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젠장! 뼈빠지게 일해 쥐꼬리만큼 버느니 딘처럼 폼나게 지내는게 오히려 더 나아!" 이라고 누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 소설이 젊은이들에게 끼친 영향력은 엄청난 것이어서 많은 젊은 놈팡이들을 고속도로위로 내몰았고 비트족들을 양산하게 만들었다.
케루악은 이 책의 성공 이후 책임감을 느꼈는지 스스로 비트족의 대부가 되는것은 사양했는데 그것은 이미 타오르기 시작한 불길이었고 젊은 놈팡이들의 에너지를 담을 그릇은 준비되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각개적으로 움직이던 비트족들은 곧 무리를 지어 히피문화로 발전하게 된다. 뉴올리언스에서 찰리파커, 마일스데이비스, 델로니어스몽크를 듣던 비트족들은 록음악에 열광하게 되었고 미국의 온갖 비트족, 히피족들이 우드스탁으로 버팔로떼처럼 몰려가던 가던 그 해에 데니스호퍼는 고물자동차대신 때깔나는 오토바이로 딘 모리아티의 성지를 순례함으로써 비트족의 새로운 아이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