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역사

[드리나강의 다리] 안드리치

by GONDWANA



한때 유고슬라비아라고 불리던 발칸반도의 북쪽지역은 유고연방해체이후 무려 7개의 국가가 세워졌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코소보... 왕년의 유고 서기장이었던 티토는 슬라브민족의 통합이라는 구호아래 다양한 민족과 종교를 가진 발칸을 통합하는데 성공했으나 티토의 사후 밀로세비치가 집권하고 세르비아 중심의 민족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내전으로 발전한다.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내전과 코소보사태등으로 발칸은 한때 화약고라고 불리울 정도로 불안한 상황이 이어졌던 것이다.


발칸지역은 중세이후 투르크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은데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의 침입과 간섭으로 제 민족들이 근대까지 독립적인 국가를 이루지 못한데다 카톨릭, 이슬람, 그리스정교, 유대교 등 종교마저 혼재된 역사를 지내왔다. 이러한 민족적 갈등과 열강들의 분리정책으로 인한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으로 발칸의 현대사는 씌어졌다. 제국주의에 저항하기 위한 세르비아인의 오스트리아 황태자부부의 암살로 1차대전이 시작되었으며, 유고연방 붕괴이후의 혼란은 발칸내부의 민족적 갈등으로 표출된 것이다. 이보안드리치는 민족갈등으로 인한 내부적 불안요소와 제국주의로 인한 외부적 불안요소가 혼재된 발칸의 유동적인 역사와 드리나강 위에 설치되어 무수한 자연재해와 전쟁의 포화에도 수백년간 끄떡없었던 다리를 대비시켰다.


드리나강변의 다리가 생기기 수십년전에 카톨릭과 무슬림이 어울려 살아가던 카사바엔 아무것도 없이 나루터만 뎅그러니 있었다. 어릴때 나루터를 건너 이스탄불의 왕궁으로 들어가 술탄의 친위대인 예니체리병사가 되고 나중에 투르크의 고관대작이 된 마흐메드 파샤는 자기 고향까지 연결되는 길을 정비했고 그때 카사바에 돌로된 아치다리가 등장하게 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다리가 생기니 마을이 생기고 상점이 생기게 되며 사람들은 다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축제를 벌이고 청춘들은 연애를 하면서 시간은 흘러간다. 숱한 사건이 다리를 중심으로 해서 일어났고 전란이나 변고가 발생하면 병사들은 제일 먼저 다리를 통제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다리에서 교수형을 당하기도 하고 다리에서 자살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평화가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람들은 다리와 함께 일상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드리나강에 다리가 생기고 1차대전이 발발하는데까지 340여년의 시간이 흐른다. 그동안 다리는 변치않은 모습으로 남아있게 된다. 1차대전때 다리가 끊어지는 불상사도 발생하지만 지금은 다리가 복구되었다. 현재의 드리나강의 다리는 440년이란 세월을 지나온 셈이다.


역사적으로 오래되거나 의미있는 유적이나 장소에 가게되면 수천수백년 전의 사람들이 그곳에서 일상을 보냈다는데 새삼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 유적은 그 옛사람들과 나를 이어주는 매개가 되는 것이다. 거기엔 얼마나 많은 갑남을녀들의 애환이 묻어있을까라는데 생각에 가슴이 벅차지기도 한다. 사람들의 손바닥과 옷자락에 수백년간 부드럽게 닳은 돌난간이나 풍화에 고풍스럽게 침식된 비석과 탑을 보면 마치 그 유적이 숨을 쉬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나고 죽고 오고 가지만 그 사람들의 역사를 오롯이 머금은 유적이나 건출물을 대하면 그 꿋꿋함에 경외감마저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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